"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와 인사 필요""검찰권 행사, 사건따라 지나치게 가혹 하거나 무관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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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제공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서울중앙지검)가 지난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향해 검찰개혁의 방향과 방법을 알려달라는 글을 올렸다.
안 검사는 '검찰 개혁을 대하는 검사의 자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같은 날 임 검사장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에 대해 "의미를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임 검사장은 이날 오전 안 검사에게 "속상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 이 시간도 곧 지날 테니 이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안 검사는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꿔보자는 검사장님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다"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저는 검찰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임은정 검사장님과 같은 생각"이라며 다만 "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점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와 인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원랜드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것이 침해됐다고 생각해 대형 사고도 쳐봤다"고 회고했다.
안 검사는 2018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대검찰청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어 "그 과정에서 어느 정당의 유력 정치인과 대척점에 서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졸지에 그 정당과는 반대 성향인 정당에 친화적인 검사로 보여지기도 했다"며 "실제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검사는 "그 기회를 잡으면 그것이 본연의 업무를 잘해서 낸 성과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저격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 되는 모양새가 되고,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정치 성향에 따라 한 일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 명약관화했다"며 "그래서 그 자리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결정이지만,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안 검사는 "그 후 수년 동안 온갖 정치적 사건의 블랙홀에 검사들이 빨려가고, 그 빈자리를 남은 검사들이 허덕이며 메우는 모습을 봤다"고 밝히며 "어떤 사건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어떤 사건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한 검찰권 행사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모든 순간에 저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사과한 바 없다"며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검사 탄핵, 상상치도 못했던 계엄까지, 그 모든 순간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사과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형사부 검사일 때는 배당받은 사건에, 공판검사일 때는 맡은 재판부 사건에만 충실했고, 제가 행사한 바 없는 검찰권 행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며 "이러한 침묵이 임은정 검사장이 말한 '자업자득'이라면 더 이상 변명이나 항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안 검사는 임 검사장을 향해 "저보다 훨씬 오랜 시간 조직에 몸담고 계셨고, 검찰이 바뀌어 나갈 방향을 고민하셨을 테니 그 치열한 고민 끝에 발견하신 현답을 저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검찰개혁의 시대적 흐름에 저항할 생각은 없다. 저는 바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며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어떻게 오늘을 바꾸면 되는지 방향과 방법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