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서 '위기 불감증' 우려 커져3특검 등 현안 패싱 당해도 비판하는 의원 소수"나한테 피해 없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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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여하는 모습. ⓒ뉴시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내부 투쟁에 골몰하는 국민의힘에서 "현역 의원들이 구속돼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자조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3개 특검'이 동시에 가동되며 야당을 향한 칼날이 다가오고 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선 위기감보다 오히려 내부 갈등만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국무위원들이 타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면서 일단 시간만 보내자는 식의 행동들이 많다"면서 "각종 특검이 몰고 올 현실은 당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엄중하고, 당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지만 총선이 3년이나 남았다는 안일한 인식 속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더불어민주당은 3특검(김건희·내란·해병순직특검)을 국회에서 줄줄이 통과시켰다. 내란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구속 연장을 신청했고, 9일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수사 칼날이 야당에도 뻗칠 조짐도 보인다. 김건희특검은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겠다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이유로 출국이 금지됐다. 민주당은 야당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즉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게다가 특검에서 여러 야당 의원의 구속과 실형 선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도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형적인 정치 보복이다. 이미 경찰에서 충실하게 수사가 끝난 사항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이라며 "만약 김 의원이 IC(나들목)를 신설 요청해서 출국금지 대상이라면, 그때 민주당 소속으로 있던 다른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 시장들도 IC를 요청했으니 다 출국금지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5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9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송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좀 아닌 것 같다. 우리 당이 지나친 모습들을 안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내란 특검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면 (당내 비상계엄 찬성 논의를) 주도했던 분들도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반응을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과거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잃었어도 현역 의원들이 직접적 수사를 받지 않았던 전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당시 '최순실 게이트'와 블랙리스트 등 정권 차원의 의혹에 대한 특검과 검찰 수사가 난무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정부 인사, 기업인들만 옥고를 치렀다.-
- ▲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박근혜 탄핵 사례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엄혹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은 '무풍지대'에 있다고 인식하게 된 계기다. 이와 함께 야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초 '허니문 기간'이라며 대여 투쟁을 자제하자는 기류도 읽힌다.
당의 핵심 중추 역할을 맡던 인사들은 자성보다는 서로 책임을 물으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가 돌연 사의를 표하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대선 기간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겨냥해 이들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라고 반발했다.
권 전 원내대표도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수사뿐 아니라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대선에서 공약한 추가경정예산 등을 빠르게 편성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이를 통과시켰지만, 야당은 피켓을 들고 항의 구호를 외친 게 전부다. 민주당은 추경 관련 논의를 한다며 국회 본회의 시간을 수차례 연기하며 자체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인준안을 통과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향후 방송 3법, 노란봉투법 등 각종 전선이 형성돼 있지만, 야당은 별다른 대책은 물론, 여론을 대변하거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현역 의원도 드물다.
야당에서는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 자체가 당을 향해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몇몇이 구속되고 나서야 직면한 현실을 인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수십 년 당을 지키면서 언론에서 위기라고 하는 위기는 다 봤지만, 이렇게 당의 위기 자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지금 현역 의원들 중 90%는 자기의 뱃지를 내려놓을 마음도 없고, 기득권을 양보할 의사도 없다. 지금은 박근혜 정권 이후와 다르다. 결국 당의 의원님들이 구속되고 나서야 위기라고 느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