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 16명 가운데 7명이 이해충돌 의혹4명은 농지법 위반 의혹 … 논문 표절 논란도"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임명 … 김민석 따르나"
  •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T타워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이 이해충돌, 농지법 위반, 논문 표절 등 여러 의혹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된 후보자들은 다음 주부터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직접 의혹 해명에 나설 예정이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을 믿고 버티면 임명된다는 인식이 감지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관 후보자 16명 가운데 7명이 이해충돌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 조현, 통일부 정동영, 법무부 정성호,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보건복지부 정은경, 여성가족부 강선우, 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후보자 등이다.

    정은경 후보자는 배우자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손소독제 관련주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 시기는 정 후보자가 질병관리청장으로서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하던 때였다. 

    정동영 후보자는 아내와 아들이 태양광 업체를 운영하는데, 태양광 지원 법안을 발의해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조현 후보자는 아들이 삼성 사내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삼성전자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조 후보자는 아들이 회사로부터 주거비를 지원받아 자신 소유 아파트에 거주했다고 해명했지만, "자녀가 근무 중인 기업의 자금이 부모 소유 부동산에 흘러든 구조 자체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관 후보자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 삼성전자 등 주식을 보유한 채로 산업부 장관 자리를 받아들였다. 한성숙 후보자도 23억 원 규모의 네이버 주식을 보유했다가 논란이 되자 전량 매각했다.

    정성호 후보자는 접경 지역 땅을 싸게 매입한 뒤 인근 지역 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후보자 측은 "해당 토지는 수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선우 후보자는 과거 본인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남편이 감사로 재직 중인 회사 대표를 초대해 논란이 됐다. 강 후보자 측은 "감사로 재직한 것 자체는 국회에서 관련 심사를 받은 사항이다. 이해충돌은 과한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정은경·구윤철(기획재정부)·한성숙·정동영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 의혹도 있다. 정은경 후보자 배우자는 인천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강원도 평창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 소유가 제한된다.

    구 후보자도 배우자가 과거 자택에서 318km 떨어진 곳의 논을 사들였다 판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 후보자 가족은 성남 분당구에 살았고, 논은 전남 무안군에 있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이사로 있으면서 2009년 사들인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밭 전체 면적은 1807㎡(550평)이며, 올해 공시지가는 2억1000만 원이었다.   

    정동영 후보자 배우자는 2021년 전북 순창군 소재 농지 2030㎡를 매입하고, 이 땅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농업 경영이라는 허위의 사실을 내세워 농지를 취득한 이후 별장으로 보이는 주택 신축 등의 개발 행위를 통해 재산 증식에 몰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 및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도 현직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작성한 석사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권 후보자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5곳에서 '겹치기 근무'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국민의힘은 논란의 중심에 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며 여당의 보호를 등에 업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보자들이 해명보다는 의혹 '뭉개기' 전략으로 청문회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김민석 총리 청문회에서 '그냥 버티고 뭉개면 다 통과가 될 거다'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다수 여당이 통과시키면 막을 방법은 없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이 쏙쏙 임명되면 국민 상식과 맞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김민석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사적 채무, 아들의 '아빠 찬스', 중국 칭화대 학위 취득 의혹 등 숱한 의혹을 추궁했으나 끝내 임명동의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다. 총리 인준은 민주당 의석수만으로 일방적인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들이 김민석 총리의 '나쁜 선례'를 답습해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청문회를 무력화 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에 기대 청문회를 무사히 넘기겠다는 태도다. 여당 의원들에게 '베이비시팅'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