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통과 방송 3법, 7월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사회에 親與 성향 인사 대거 입성 우려3개월 내 새 이사회 … 現 인사 사실상 퇴출편성위 노조 동수 참여 … 미구성 시 처벌 조항보도책임자 임명, 직원 과반 동의 … 노조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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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방송3법과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이 오가던 중 최민희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후에서 법안을 지지하고, 민주당이 이를 강력히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노조의 방송 장악 시도이자 '이재명 독재 체제' 완성 수순"이라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017년 12월 문재인 정권 출범 7개월 만에 '2500원 김밥' 법인카드 사용으로 KBS 이사를 쫓아낸 사례가 향후 '정권 입맛'에 따라 수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야당 추천으로 선임됐던 KBS 이사는 친정권 노조가 법인카드 부당 사용 의혹 등을 제기하자 결국 대통령에 의해 강제 해임됐다. 그중에는 김밥집에서 2500원을 결제한 것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8일 성명을 통해 "과방위에서 통과된 방송 3법 개정안은 권력 감시의 최후 보루인 언론마저 정권 영향 아래 두려는 시도"라며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마지막 장치를 무력화하고 '이재명 독재 체제'를 완성하려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방송 3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야당은 이 법안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국회 추천 비율을 40%까지 확대하고,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에 심의·의결권을 부여하며, 편성위원회 미설치 시 형사 처벌 조항까지 포함하는 등 사실상 친여 단체와 노조가 방송국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과방위 소속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에 "민주당이 단독 추진하는 방송 3법은 편성권과 편집권을 쟁취하겠다는 언론노조의 강령과 일치한다"며 "공영방송은 물론 민영방송까지 노사가 공동 운영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자고 하면서, 정당 추천 비율을 40%로 명시한 것은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이 공포되면 KBS 이사회는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 이사회는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된다. 국회는 KBS에 6명, MBC와 EBS에는 각각 5명의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또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전체 이사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사장 임명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이에 따라 KBS는 9명, MBC와 EBS는 각각 8명 이상이 찬성하면 모든 주요 안건이 처리 가능해진다.
현행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르면, KBS 이사 추천 시 민주당 4명, 국민의힘 2명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는 공사 시청자위원회에서 2명, 방송사 임직원 과반이 지지해 추천한 3명, 방통위 규칙에 따라 미디어학회에서 추천한 2명,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조원 등 관계자들이 2023년 11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민 전 KBS 사장 임명안 재가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시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친여 성향 인사들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 추천 인사를 제외하고도,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추천 몫은 대부분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학부모단체, 소비자단체,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변호사단체, 언론 관련 시민·학술단체, 장애인·노동·경제·문화·과학기술·인권 관련 단체 등이 추천한다. 성격상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시청자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방송사 임직원이 과반 이상이 추천하는 3명은 KBS의 3개 노조가 각 1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 성향 노조가 2명 가량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민변이 1명을 추천하면, 친여 성향 인사가 과반을 넘어 '9명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실상 시청자위원회는 이미 좌성향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여기에 학회나 시민단체 추천 몫까지 고려하면 친여 성향 이사들이 9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 3법이 노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법안은 지상파를 포함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등 민간 방송에도 노사 각 5명씩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좌파 성향 단체의 영향력이 큰 방송사 노조의 특성상 편성 이념이 편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민간 방송에도 편성위원회를 강제하는 것은 방송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한 보도책임자 임명 시 사내 종사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다. 이는 보도국장을 임명할 때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편집권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강령 1조에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 투쟁"을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법안을 통해 이들의 목표 달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해 준 것이다.
법안 부칙도 논란이다. 법 시행 후 3개월 내 새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며, 이는 현재 임기가 남아 있는 사장과 이사들을 모두 교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을 내치고, 친여 성향 인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KBS 사장은 물론, YTN과 연합뉴스TV 사장까지 3개월 내 교체하겠다는 민주당의 속내가 부칙에 담겨 있다"며 "비겁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송 3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원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민주당 상임위원장단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서 방송을 정권 입맛에 따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법안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상휘 의원은 "위임받지 않은 노조나 시민단체가 공영방송을 좌우하는 구조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통령은 국민과 언론, 국회를 상대로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대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 3법은 과방위를 통과해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7월 중으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두 차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방송 3법이 이재명 정부 하에서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