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온라인으로 세계 겁박, 부적절"남아공 대통령 "힘이 옳음이 될 순 없다"러시아-中도 "브릭스, 어떤 국가도 겨냥하지 않아"
  •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 등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위협에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원국간 결속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17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현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겁박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우린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서 룰라 대통령은 "사람들은 주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면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우린 주권 국가"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브릭스의 "반미(反美)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한 감시하에 있는 이란의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규탄하는 한편, '무차별적으로 인상한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교역 질서 교란을 성토한 브릭스 정상회의 선언문 공개 이후 나왔다. 선언문 자체에 '트럼프'가 적시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릭스가 미국 이익을 훼손하려 한다고 (대통령은) 보고 있다"며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러시아 매체 리아노보스티는 보도했다.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 중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브릭스 같은 매우 긍정적인 연합체의 움직임이 있을 때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해당 참여국을 벌주려는 듯한 모습이 있다는 건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힘이 곧 옳음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브릭스는 다른 어떤 강대국과도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논의를 통합 합의 정신을 역설했다.

    남아공 대통령은 앞서 5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이고 검증된 증거도 없이 '백인 학살'을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의연하게 대응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브릭스 내 (회원국간) 상호 움직임은 제3국을 겨냥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이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자리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브릭스는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브릭스가 회원국 공통 관심사에 대한 논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엔 승자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브릭스 메커니즘은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간 협력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개방·포용과 협력·상생을 주창하고 진영 대립을 하지 않으며 어떤 국가도 겨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인상에 대해 중국은 여러 차례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로가 없다"고 언급했다.

    또 만약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물음에는 "관세에 관해 우린 일관되게 관세전쟁·무역전쟁을 반대한다"며 "관세를 강압과 압박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의적으로 관세를 인상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9년 창설된 브릭스는 10여년 넘게 5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으로 이어오던 회원국 규모를 최근 11개국(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 합류)으로 불리면서 영향력을 대폭 키웠다.

    브릭스 국가들의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세계 경제의 약 39% 정도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