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 수락 닷새만 사퇴 후 대표 출마 선언安, 권영세·권성동에 탈당 준하는 조치 요구비대위원 인선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 노출비대위 당혹 … 송언석 "선 백서, 후 조치"당내 반발 거세… "저질 정치" "차라리 해산"
  • ▲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 본청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신임 혁신위원장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 수락 닷새 만에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혁신위원장직 자리에서 물러났다. 혁신위 인선과 쌍권(권영세·권성동)에 대한 조치를 두고 당 지도부와 안 의원 간 이견이 표출되자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안 의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국민의힘 혁신 당대표가 되기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2일 혁신위원장 내정 사실을 전하며 "국민의힘은 현재 사망 선고 직전의 혼수 상태에 놓여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도려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혁신위는 7일 인적 구성을 완료하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안 의원의 회견 직전, 혁신위원 7명 중 6명의 인선을 발표하고, 활동 기한을 다음 달 31일로 지정했다.

    위원장은 안철수 의원, 위원으로는 재선 최형두 의원,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구성안은 안 의원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혁신위의 핵심인 안 의원이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혁신위는 사실상 소멸되거나, 출범하더라도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안 의원은 인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 혁신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소한의 인적 청산부터 실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에조차 끝내 서명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며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날 비대위는 안 의원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부 인사를 혁신위원으로 내정하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쇄신안을 제안했으나, 비대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안 의원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대선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게 '탈당'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했지만,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송 비대위가 겉으로는 안 의원에게 전권을 위임한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실제로는 혁신위를 조종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당을 좌우하던 구(舊) 주류가 혁신을 명분 삼아 안 의원을 활용하려다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당 상황이 이처럼 최악인데 당 비대위가 재를 뿌렸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실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28.8%다. 전주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6개월 만에 20%대 기록이다. 더불어민주당(53.8%)과 비교하면 25.0%포인트 차이 나는 결과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도 전주보다 4.4%포인트 벌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정도면 당 해산 요구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며 "마지막 기회였던 혁신위마저 기득권 수호에 급급한 구세력에 의해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결국 안철수라는 비교적 '때가 덜 묻은' 인물을 혁신위원장에 앉혀 이용해보려다 실패한 것"이라며 "송언석 비대위는 이제 전당대회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식물 비대위가 됐다. 결국 저질 정치로 자멸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송 비대위원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선 백서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씀드렸다"며 "안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해 혁신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하신 뜻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정당 지지도 조사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오승영 기자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