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개시 3주 만에 '정점' 겨냥한 승부수…증거인멸 우려에 전격 영장 청구체포 저지·비화폰 삭제·국무회의 왜곡·허위 계엄선포문 작성 등 중대 혐의尹측 "객관적 증거 없어…관련자 진술로도 범죄 성립 안 돼" 반박
  • ▲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개시 3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 2차 소환조사 하루 만에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서며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법리적으로도, 관련자 진술로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특검의 영장 청구를 “무리한 조치”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검팀은 6일 윤 전 대통령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적용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공범들과의 진술을 조율할 가능성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공범들도 이미 추가 구속된 상태다.

    이번에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이다. 특검팀은 향후 법원에서 진행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감안해 대표 혐의만 공개했다.

    이 중 대통령경호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올해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저지한 행위에 따른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7일에는 계엄 선포 직후 경호처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두 혐의는 앞서 특검이 청구했다가 기각된 체포영장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특검은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족수(11명)를 맞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하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에게는 통보하지 않아 국무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또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문에 서명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에 따르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지난해 12월 5일 사후 계엄 선포문을 출력해 윤 전 대통령,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장관의 서명을 받았고, 이 문건은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한 전 총리의 요청에 따라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계엄 선포 명분 확보를 위해 군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외환' 혐의는 이번 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외환 혐의는 현재 조사 진행 중에있고 조사량도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에 대해 "무리한 청구"라며 즉각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영장청구서에 적시된 일부 진술들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며,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의 진술 역시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혐의 사실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고 법리적으로도 범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밝혔다"면서 "특검의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바도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에서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임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미체포 상태로,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오는 8~9일께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석방된 지 4개월 만에 다시 구속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