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대선 패배에도 尹 부부 탓하며 자기 위안尹 계엄-대선 거치며 우파 가치 폐기 처분친윤-친한계, 기득권 포기 없이 서로 삿대질당 지지도 24%, TK에서도 고작 35%3 특검 칼날, 모두 국민의힘 향할 전망"의원 총사퇴 각오로 계엄 자유로운 인물 키워야"
  • ▲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6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혁신위원회를 띄우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이념 결사체인 정당이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키지 못해 아젠다 싸움에서 좌파 진영에 밀렸고, 심지어 핵심 지지 기반만 남긴 채 모든 전선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대로 가면 단순히 폐족을 넘어, 당 현판을 내리는 결말을 맞을 것이란 우려와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차기 전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새로운 선출 리더십을 만들어 대여 투쟁을 위한 전선 정비에 빠르게 착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전당대회가 치러진다. 대선 패배 후 첫 지도부 선출이다. 

    하지만 새 지도부의 등장이 국민의힘 지지율 반등을 보장한다고 믿는 인사는 많지 않다. 당내에서도 곪을 대로 곪은 당의 정체성과 인물을 바꾸지 않는 한, 판을 바꿀 만한 변화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감이 휘감고 있다.

    회의감 한 가운데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당에서 내부 투쟁을 벌인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이 있다. 다음 총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인적 쇄신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적 쇄신 문제는 뒤로하더라도, 당장 우파 가치를 새로 세우는 것 자체도 험난한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우파 가치 중 핵심인 '법치'와 '공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파면 사유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상, 당시 탄핵 반대를 외친 당내 의원들은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탄핵 국면을 넘어 대선 정국에서도 이런 불공정 논란은 계속됐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당 경선을 통해 후보로 뽑아 놓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려 한 시도는 당 친윤계를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연이어 패했지만 현재도 '질 선거를 졌다'는 의식이 당을 지배하는 모습이다. 

    최악의 흐름에서 잘 싸웠다는 주장도 있다. 김문수 전 후보가 41.1%의 득표율을 보였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8.3%를 얻어 사실상 우파 진영의 득표율과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이 비등했다는 자기 위로다. 

    패배 책임도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로 전가하는 모습이다. 두 명의 끊임없는 실책이 정권을 내줬고, 결국 이길 수 없는 대선을 치르게 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가 횡행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책임이 절반을 잡더라도, 나머지 절반은 그를 보필한 인사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윤 부부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손만 치던 '예스맨' 역할을 한 친윤계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책임만 외치던 친한계가 우파 궤멸 위기의 지분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책임이 있는 분들과 정권 주변을 맴돌던 분들이 모두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정계를 은퇴해도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은 굴러간다"면서 "자신들을 과대평가하는 야당 인사들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전원 의원직을 사퇴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기를 보여줄 정도가 아니라면 자기끼리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싸워봐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민주당은 46%였다. 격차가 24%포인트에 달했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민주당은 3%포인트 올랐다. 국민의힘은 1%포인트 떨어졌다.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에 불과했다.심지어 국민의힘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에서 35%를 기록해 민주당(28%)을 오차범위 밖에서 조금 앞섰다. 부산·울산·경남에선 35%로 민주당(34%)과 접전을 벌였다. 호남에선 1%였다. 민주당은 80%였다.

    국민의힘은 60대와 7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만 3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20대에선 20%였고, 나머지 연령층에선 10%대였다.


    떨어지는 전투력과 경쟁력, 자기 안위만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기득권의 모습이 지지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 활동 중인 한 청년 정치인은 "대학생들이나 30대 사회 초년생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을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은 이참에 해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며 "싸울 때 싸우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방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해소하고 당의 역동성을 불어넣지 못하면 결국 갱생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는 또다시 새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고, 혁신위원회도 어김없이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6명의 비상대책위원장이 탄생했고, 이번이 7번째다.

    결국 국민의힘의 향후 갱생 가능성은 새 인물을 어떻게 뽑고, 키워내느냐가 관건이다. 상대 진영 약점이나 부채가 없는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과거 인사들이 모두 2선으로 후퇴하는 단계를 밟아야 향후 다가올 특검 정국과 지방선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 해병순직특검의 칼날은 모두 국민의힘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박영수 특검이 자극적인 사실을 언론에 알리며 여론전을 해왔던 방식이 그대로 차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한 변호사는 "국민의힘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특검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별로 없다"면서 "이번 비대위와 혁신위, 차기 전당대회로 뽑힌 국민의힘 지도부는 자신들의 공천과 자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완전히 밭을 뒤엎고 새로운 인물을 키우고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로 가야 생존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정당 지지도 조사는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2.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