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前사령관, 7일 피의자 신분 출석 … 수사 분수령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 직후 혐의자 명단 변경김계환, 회의 정황 알고 있는 '키맨' … 尹지시 전달자?법조계 "지시·보고 라인 드러나면 외압 실체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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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2024년 10월 2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오는 7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앞서 지난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조사한 데 이어 두 번째 소환 조사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 의혹의 분기점으로 지목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히 회의 직후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된 경위를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명단이 바뀐 시점과 대통령실 회의가 겹친다면 그 자체가 수사 외압의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며 "특검이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파고드는 과정에서 결국 'VIP 격노설'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혐의자 '8→2명' 축소 의혹, '키맨' 김계환 7일 소환조사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는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초한샘빌딩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7일 오전 10시 30분 김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당사자와도 연락이 돼 출석하는 것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김 전 사령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가 주된 조사 내용이 될 것"이라며 "임 전 사단장의 허위보고 관련 내용도 조사한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8월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특정한 8명의 혐의자를 2명으로 축소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그는 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려던 박 전 단장에게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이첩 문서를 회수하는 데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VIP(윤석열 전 대통령)가 크게 화를 내며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며 이른바 'VIP 격노설'을 전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전날(3일) 이 전 장관을 비롯해 김 전 사령관, 임 전 사단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 ▲ 순직해병 특검이 2일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2023년 7월 회의'가 외압 의혹의 기점 ... 임성근 구명 오갔는지 핵심
특검팀이 다음 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할 'VIP 격노설'의 결정적 분기점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수석비서관 회의다.
이 회의 직후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해당 회의가 수사 외압의 출발점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회의 당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특히 임 전 단장을 보호하거나 배제하려는 논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김 전 사령관은 문제의 회의와 관련된 상황을 인지하거나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당시 해병대 사령관으로서 임 전 사단장과 직접적인 보고·지휘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사령관은 초기에는 핵심 참고인으로 분류됐지만, 회의 전후 상황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회의 내용과 이후 내부 조치에 대해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진술에 따라 수사의 방향과 강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024년 7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법조계 "혐의자 명단 바뀐 배경 드러나면 외압 실체로 굳어질 듯"
이번 김 전 사령관 소환 조사는 'VIP 격노설'의 실체 규명은 물론 외압 의혹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혐의자 명단 변경과 대통령실 회의 시점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명단이 바뀐 시점과 대통령실 회의가 겹친다면 이는 수사 외압을 입증하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가 보호받았는가'보다 '누가 움직였는가'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히 누가 빠졌는가보다 누가 그 결정을 유도하거나 지시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이번 소환은 그 고리를 추적하는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특검이 김 전 사령관에게서 회의와 관련한 직접적인 보고 여부나 상부 지시의 존재를 확인할 경우 대통령실까지 향하는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검이 이번 수사를 통해 구조적 외압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경우, 향후 고위 권력에 대한 사법적 접근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특검 수사 역량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편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의혹이다.
초동 조사를 지휘했던 박 전 단장은 당시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려 하자 이 전 장관이 이를 보류시켰고 이는 'VIP 격노설'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전 장관에게 걸려온 전화의 발신지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대통령실이었다고 판단했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