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소멸 기다리자"던 기존 입장서 선회살충제 대신 살수 방역·포집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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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등우단털파리 방제 현장 모습 ⓒ서울시
서울시가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도심 대량 출몰에 결국 물리적 방제에 나섰다.
올여름 들어서만 4000건이 넘는 민원이 쏟아지자 그간 "곧 자연소멸된다"며 소극적 대응 기조를 유지해오던 입장에서 살수 차량을 동원하는 직접 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6월 한 달 동안 4695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296건)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지만 출근길 옷에 벌레가 붙고 실내 유입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민 불만은 여전하다.
실제 민원은 매년 6월 집중되며 7월 중순 이후 장마가 시작되면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시는 당초 러브버그가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 데다 유충 시기에는 낙엽이나 유기물을 분해하는 익충의 성격도 있어 별도 방제보다는 자연소멸을 기다리는 쪽에 무게를 뒀다.
한 쌍이 짝짓기를 한 채로 며칠간 함께 날아다니다 짧은 수명을 다해 사라지는 생태적 특성도 고려 대상이었다.
하지만 도심 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자동차 앞유리에 벌레가 덕지덕지 붙어 운전이 어려울 정도"라는 불만부터 "에어컨 틈으로 벌레가 들어온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무서워 울고 있다"는 제보까지 시민 불편이 익충 여부를 넘어선 것이다.
결국 시는 공원과 산책로 등 민원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서와 협업해 살수 방역에 돌입했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뿌리는 방식이다.
러브버그는 날개가 쉽게 젖고 몸체가 약해 비나 물에 닿으면 비행이 어려워지고 번식력도 크게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서울시는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개체 수 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당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백련산 일대 등에는 광원 포집기와 향기 유인제를 설치해 유입 억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끈끈이 트랩, 방충망 정비, 물 뿌리기, 어두운색 옷 착용 등 생활 수칙도 함께 안내 중이다.
한 시민은 "5월부터 벌레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는 곧 사라진다는 말만 반복하더니 이제야 물 뿌리기 시작했다"며 "좀 더 일찍 조치했으면 이 정도로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률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비화학적 방식으로 생활불쾌곤충 개체 수를 조절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사람과 곤충이 공존하는 도시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