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무집행법-집시법 발의해 제지 근거 마련후보자가 입법권으로 관련 부처 法 발의 이례적野 "입법부 견제 기능 버려… 北과 대화만 집착"
  • ▲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이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 엄벌을 지시하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처벌 근거 법안을 발의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야당은 행정부 견제 역할을 내팽개치고 북한과 대화 집착증을 드러냈다고 직격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안'과 '집회시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후보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군사적·외교적 긴장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특정 지역 내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경찰관이 사전 통제와 현장 제지를 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와 접경 지역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실효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발생하면 직접 제지와 해산 조치 등이 가능해진다.

    집시법 개정안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와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했다. 살포 행위가 공공 안녕 질서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군사작전·통제구역에서 이뤄지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사전 신고 의무를 위반하거나 금지 통고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정 후보자가 발의한 법안은 이 대통령의 최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지시사항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대북접경 지역을 찾아 대북전단 살포를 엄벌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으로 삐라(대북 전단)를 불법으로 보내는 것은 통일부가 자제 요청을 했는데 어기고 계속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어 "정부 단위에선 걸리면 아주 엄벌할 테니 잘 잡으라"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이 대통령으로부터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 후보자가 지명 8일이 지나고 이른바 '대통령 하명 법안'을 발의하자 정치권에서는 행정부 견제를 위해 준 입법부의 권한을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들어 지명된 국회의원 장관 후보자 중 장관 지명 후 법안을 발의한 인사는 정 후보자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2명이다. 정 후보자와 달리 전 후보자는 해양수산부와 관계없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냈다. 

    정 후보자가 대북전단을 경찰이 단속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면서 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 후보자가 북한의 심기를 맞추려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민주당은 북한 김여정 등이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자 대북전단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런 전면 제한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해당 법안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민주당은 과태료 등 변형된 법안을 통해 이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정 후보자의 법안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한번 해보기 위해 비위를 맞추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실무적으로 법안을 마련해주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상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기관의 권한을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사용하니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참담하다"면서 "대북전단 문제는 한쪽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구역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한다거나 조화를 찾아야 한다. 북한의 눈치를 보다 보니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일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탄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