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EB 발행, 사회적 논란 커져정부의 주주권익 제고 방향에 배치깜깜이 발행, 뒷북 이사회 등 촌극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경영권 강화 목적?
  •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모습. ⓒ뉴데일리DB

    “태광산업은 굳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EB)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신산업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매우 추상적으로 기재했다. 이를 감안하면 EB 발행 목적은 자사주 처분을 통한 경영권 강화 의도로 의심된다.” (경제개혁연대 논평 내용)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태광산업의 EB 발행은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다를 바 없고, 주주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태광산업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장)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과 주주들의 반발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권익 제고 방향에 역행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달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광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전량인 27만1769주(지분율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문제는 거래 상대방을 밝히지 않으면서 ‘깜깜이 발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자사주 소각을 기대했던 주주들은 오히려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면서 반발했다. 

    현 정부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광산업의 이번 EB 발행을 두고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법원에 태광산업의 EB 발행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도 태광산업이 제출한 ‘자기주식처분결정’과 ‘교환사채권 발행결정’에 대해 정정 명령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그제서야 태광산업은 부랴부랴 이달 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고 금감원의 지적을 반영해 한국투자증권을 거래 상대방으로 특정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 측은 보안 등을 사유로 다음날 공시를 한다고 했다가 내부 의사소통에 착오가 있었다면서 저녁 늦게 다시 공시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뒷북 이사회에 공시 혼선으로 시장의 혼란을 준 가운데 긴급 이사회에서 김우진(서울대학교 교수), 안효성(회계법인 세종) 사외이사 두 명은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사안을 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저절로 들 정도다. 
    ▲ 태광산업이 EB 발행을 결정한 가운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태광산업

    시장에서는 태광산업이 EB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미래 투자를 위한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상법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무리하게 EB 발행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태광산업은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1일, 올해와 내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투자 재원이 부족해 EB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담겨있지 않았고 앞서 태광산업은 2022년에 5년간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유의미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급조’, ‘재탕’ 비판만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EB 발행의 목적이 신사업 투자가 아니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권 강화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기까지 한다. 태광산업의 지분율을 보면 이 전 회장이 29.48%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24.41%를 소각해 주주권익을 높이는 것보다 우호 세력이나 백기사에 매각하는 게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태광산업은 시장과 주주들에게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면서 신뢰를 줄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명분만 강화될 뿐이다. 
김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