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위원장직 맡아…송언석 "적임자"安 "국힘 코마 상태…보수 오염시킨 종기 적출"尹 탄핵 찬성-김문수 도우며 당내 입지 강화당내서도 기대감 높아…당권 도전 사실상 불가능
  •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6월 1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송언석 비대위' 체제로 재출항에 나선 가운데, 당의 혁신을 주도할 혁신위원장으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임명됐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이미지를 각인시킨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에 적임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존립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낡은 의식과 관행을 벗어던지고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혁신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힌 송 위원장은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서 의사, 대학 교수, IT 기업 CEO를 두루 경험하신 분으로 과감한 당 개혁에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 내외 다양한 인사들을 혁신위원으로 모시고 혁신 논의를 집중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도 화답했다.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 상태에 놓여 있다.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는 모습"이라며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 과거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다짐했다. 

    당내에서도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안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표결 시작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안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에 대한 평가는 변했다.

    안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해 패했지만, 승복 후 김 후보 옆에서 힘을 보탰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를 내세우려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자 이를 "후보 교체 막장극"이라고 비판하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김은혜 의원이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닷새째인 5월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우여곡절 끝에 한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시작된 대선 정국에서 안 의원은 전국을 돌려 김 후보 유세를 도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건을 내걸며 유세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과 대조되며 지지층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김 후보가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은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이 와중에도 안 의원은 홀로 자리에 남아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혁신을 시작하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안 의원은 과거 혁신에 앞장섰던 분이기에 잘된 인사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도 "안 의원을 축으로 혁신이 진행되면 당내에서도 토를 달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탄핵에 찬성했고 대선에서도 동료 의원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당이 완전히 재탄생으로 가야 하는 입장에서 적임자라고 본다"고 평했다.

    애초 안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으로 꼽혀왔지만, 혁신위원장 자리를 맡으면서 당권 도전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혁신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게 되면 당장 혁신위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원장은 냉혹한 상황에서 당의 혁신 전권을 부여받고 나서기 때문에 당권이 아닌 당의 이름부터 DNA까지 모두 갈아엎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영 기자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