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재판 5개 중 4개 재판 중지…나머지도 중지 가능성 높아헌법84조 내세운 재판부…헌재, 재판중지 헌법소원 각하유죄 취지 선거법위반 파기환송심부터 시작된 면죄부…'정치시녀' 자처이재권 판사, 우리법 출신으로 김명수 코트서 승승장구…김재규 재심 결정
  •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받고 있던 형사 재판 5개 중 4개가 법원의 자체 판단으로 멈춰섰다. 헌법재판소마저 이 대통령 재판중지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시키면서 사실상 이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게 됐다.

    사법부는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당선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전에 법원이 알아서 취한 조치다.

    만일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고 법원이 법에 따라 재판을 연기했다면 평등권 침해 여부 등 이 법안의 위헌성에 대한 헌재 판단을 받을 여지가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알아서 없앤 것이다.

    심지어 가장 먼저 이 대통령의 유죄 취지 선거법위반 파기환송심 재판을 중지시킨 판사가 과거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사법개혁을 이끌던 좌편향 학술 단체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정치시녀'를 자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李 대통령 5개 재판 모두 중지…"바람 불기전 누운 사법부"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1일 열린 이 대통령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4차 공판 준비 기일에서 "이재명 피고인의 재판 기일을 추정한다"고 했다.

    기일 추정은 재판 날짜를 나중에 정한다는 뜻으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5월 27일 3차 공판 준비 기일에선 "4차 공판 준비 기일을 끝으로 본 재판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무기한 연기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은 지난 6월 3일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직무인 국정 운영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다. 헌법 84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재판들과 마찬가지 이유였다.

    앞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과 대장동 사건 재판부는 지난달 헌법 84조를 들어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訴追)받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소추'에 대통령 당선 전 시작된 재판도 포함되는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있음에도 법원이 알아서 84조를 적용해 재판을 중단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재판도 맡고 있기 때문에 오는 22일 공판 준비 기일에서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이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 받고 있던 5개 재판 모두 중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기일 추정은 판결 전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이고 따로 즉시항고 절차를 정하고 있지 않아 항고 대상도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조차 할 수 없게끔 만들어 놨기 때문에 사실상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바람이 불기도 전에 풀이 눕는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사법부가 알아서 정권에 굴복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84조' 헌법소원마저 각하… "심사대상 아냐"

    실제 헌재에는 지난달 9일부터 '서울고법 재판부의 이 대통령 재판 기일추정으로 평등권이 침해됐다'는 헌법소원 여러 건이 접수됐다.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의 불소추 특권 적용이 위헌이라거나, 헌법 84조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헌법조항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헌재는 법령이나 공권력의 행사가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헌법 조항은 위헌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달 24일 일반 국민이 제기한 '헌법 제84조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당사자 적격성 등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부에서 헌법소원 청구를 사전 심사했다.

    재판부는 "헌법의 개별 조항은 위헌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전날에도 재판 지연 등 위헌 확인, 불소추 특권 적용 등 위헌 확인을 요구하는 헌법소원 2건을 잇달아 각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권 서울고법 부장판사.ⓒ뉴시스
    ◆헌법84조 가장 먼저 제시한 서울고법 형사7부…李에 '면죄부' 

    이렇게 이 대통령 재판을 가장 먼저 중지시킨 재판부가 서울고등법원 형사 7부다. 이 재판부는 지난달 9일 갑자기 지난달 18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공판을 연기한다고 입장을 냈다. 공판일은 추후지정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당초 지난 5월 15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선거운동 기회 보장 등을 이유로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됐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합당한 조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재판을 중지시킨 건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물론 대법원이 그동안 헌법 84조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재판부가 한다고 밝혀온 만큼 논란의 여지는 없지만 불소추특권에서의 소추가 기소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법조계에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내려진 첫 사법적 판단이기 때문에 의미가 컸다.

    게다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만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구속력을 갖는다. 서울고법도 이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고법이 재판을 중지시키면서 사실상 면죄부나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李 재판 중지시킨 이재권 판사…우리법 출신에다 김명수 코트서 사법개혁 이끌던 인물

    당시 형사7부를 이끌었던 인물이 이재권 부장판사다. 그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기로, 제주 제일고를 나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고 제주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진보 성향 학술 단체인 우리법연구회 논문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좌편향 인사로 분류된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판사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대행을 비롯해 정계선, 마은혁 헌법재판관, 최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오영준 판사다.

    노무현 정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을 지내면서 사법부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 때 비서실 부장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에 사법행정권 분산과 법원 개혁 차원에서 대법원이 설치한 사법행정자문회의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재정·시설분과위원회는 ▲예산요구서·기금운용계획안 심의 및 조정 ▲법원청사 이전 등 사업의 연도별 신규사업과 우선순위 선정 ▲공용재산취득사업계획안 신규사업과 우선순위 선정 등을 담당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취임 후 독점적·폐쇄적으로 이뤄져온 사법행정을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목적으로 설치됐지만 오히려 김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전 대법원장이 자문회의 의장이 되면서 위원 전원(9명)에 대한 임명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하던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위원 3명을 추천하도록 하면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 3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때 이재권 판사도 분과위원장을 맡게 됐다.

    당시 야당의 한 의원은 "사법개혁을 위해 대법원이 신설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출범하자마자 '대법원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서클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실제 형사7부는 지난해 4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보다 절반으로 경감됐다.

    또 지난 2월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해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재심은 확정된 종국 판결에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판결을 취소하고 이미 종결된 사건에 대해 다시 심판하는 제도다.

    법조계 한 인사는 "김재규는 일부에선 '민주화 투사'로 알려질 정도로 좌파 정치집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라며 "이재권 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