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2019년 2월 민주당 주최 강의서 강연외교부 차관 신분으로 흑인-이민자 비하 논란美 이민자를 '자발적 노예'로 표현하며 강의"할렘 흑인, 교도소 가거나 상당수 총 맞아 죽어"미국과 협상 앞두고 외교장관 자격 논란 일 듯 野 "한미협상·재외동포 관장 장관이 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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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외교부 차관 시절 민주당이 주최한 강연에서 미국을 '자발적 노예를 기반으로 한 나라'라고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연에서 조 후보자는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과 이민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향후 '대미 외교'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9년 2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대한민국 외교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행사에 강연자로 나섰다. 당시 그는 외교부 제1차관이었다.
'글로벌 외교·안보·통일 아카데미'라는 주제의 연속 강연에는 당시 추궈홍 주한중국대사와 박성훈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조세영 국립외교원장,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등 현직 외교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강의는 민주연구원이 주최했고, 당시 원장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였다.
조 후보자는 강연에서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에 흑인 남성으로 할렘 같은 데서 태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10명에 1명은 많은 시간을 교도소에서 지내고, 상당한 숫자가 총을 맞아 일찍 죽는다. 개런티가 없다면 (흑인이 아니라) 불구로 태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왜 그러냐면 항상 새로운 이민자가 유입된다. 그래서 그렇게 잘 사는 나라 중에 그렇게 못사는 인구가 많은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면서 "어떻게 보면 자발적 노예를 기반으로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할렘(Harlem)은 원래 미국 뉴욕시 맨해튼 북부 지역 지명으로 흑인들의 문화 예술 중심지이자 빈민가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으로 불린다. 통상적으로 빈민가나 슬럼가를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하지만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강연자로 나섰을 당시만 해도 할렘은 과거의 우범 지역에서 탈피해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흑인 거주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조 후보자는 "예를 들어 뉴욕에 델리샵이라고 한국인들이 주인인 가게들이 있다. 그 지하에 가보면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사람들은 자기 나라보다 나으니까 온 사람들이다.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위층 호텔에서 200만 불짜리 결혼식 하는 사람들하고는 서로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경제 정책도 완전한 시장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 ▲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외교부1차관이던 2019년 2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유럽 국가들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반면에 유럽 복지 국가는 어떻나. 서로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렇기에 너무 격차가 불평등이 심화되면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질성 플러스 유럽의 경우는 냉전 시대에 체제 경쟁을 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전체 국민을 생각하는 경제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비교를 마친 조 후보자는 스스로 자신이 '반미주의자'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는 "그러면 제가 반미주의자냐 그렇지 않다. 외교는 현실에 기초하는 것"이라며 "외교는 국가 간에 관계이지 그 나라가 어떻게 운영된다고 해서 우리가 재단하거나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내 코가 석 자인 나라"라며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야 하고 궁극적으로 평화 통일을 해야 되는데 외교에서 너무 이념적으로 하다 간 국익을 놓친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조 후보자의 이러한 발언이 당시 외교부 차관으로서도 부적절했지만, 앞으로 외교부 장관으로 직무를 하기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당장 관세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 초대형 대미 협상을 앞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이런 인식이 적합하냐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 체류하는 재외교포들과 관련한 사업을 총괄하는 외교부 장관이 이민자들을 '자발적 노예'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재외동포 관련 정책까지 총괄해야 할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편향돼 있다"며 "앞으로 미국과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런 편협한 인식 자체가 향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힘들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