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 "권력 이동 분명"…실각설 주장'친 시진핑' 중앙군사위 참모, 줄줄이 숙청…군권 장악 실패'후진타오 전 총리 등 지지' 후계자 거명…'종이호랑이' 전락관영매체서 거론 빈도 줄어…브릭스 정상회담도 처음 불참 선언'4중전회'서 시진핑 거취 드러날 듯…韓, '빅2' 외교전선 흔들릴 수도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50328 AP/뉴시스. ⓒ뉴시스

    미국 관료사회에서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각설이 나돌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 간부들의 연이은 숙청과 주요 관영매체의 논조 변화 그리고 후계구도 부재와 대외활동 불참 선언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이재명 정부의 '친중(親中)' 외교가 되레 독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은 6월27일(현지시각) SNS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실각설을 주장했다.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중국을 주시하는 사람들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구성원, 특히 대중과 국가안보부처의 신뢰 상실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서 분명히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리더십 변화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후계자를 상징하는 듯 3명의 주요 인사 사진을 함께 싣기도 했다. 중국 권력서열 6위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 장여우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이었다.

    이와 관련, 30일 대만 자유시보는 최근 중국 군부의 움직임을 주목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중국에서 군의 힘은 막강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모든 권력은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다. 인민군도 국가가 아닌 당의 군대다. 때문에 군 장악을 둘러싼 치열한 구도에서 누가 권력을 잡느냐가 핵심이다.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중앙군사위 부주석인 허웨이둥, 먀오화가 실각한 배경에 군부 내 암투 가능성이 부상했다. 시 주석은 두 사람을 내세워 군부 실권자인 장여우샤 부주석과 측근들을 숙청하려 했지만, 오히려 실패하고 군권 장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근 몇년새 전·현직 국방부장인 웨이펑허와 리상푸, 친강 외교부장도 실각했으며 군 서열 3위이자 시 주석의 군 내 심복인 허웨이둥 부주석은 3월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이후 3개월 넘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앙군사위는 시 주석이 주석직을 겸하며 군 최고 권력을 행사하는 기구로, 2명의 부주석과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직은 각각 국방부장, 연합참모장, 정치공작부 주임, 기율검사위원회 주임이 맡는다.

    리상푸 전 국방부장이 지난해 부패로 해임된 데 이어 허웨이둥, 먀오화까지 위원직을 박탈당하면서 현재 3명의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 됐다.

    특히나 군부 내 암투는 시 주석의 후계구도가 부재하기 때문에 리더십 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앞서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 때는 임기가 10년으로 제한된데다 후계자도 미리 정해뒀지만, 1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시 주석의 후계구도는 오리무중이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자신의 계파도 숙청할 정도로 반부패 의지가 높다는 의견과 군은 이미 장여우샤 부주석이 모두 장악했다는 분석이 팽팽하다.

    이 중에서도 당의 권력은 공산당 원로에게, 군의 권력은 군부 2인자인 장여우샤 부주석에게 뺏겨 시 주석이 실권을 잃은 '종이호랑이 신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션밍스 대만국가안보연구소장은 5월 보고서에서 "시 주석이 과거 총장비부와 로켓군을 숙청했을 때 다수가 장여우샤의 부하이거나 파벌이었다"며 "이후 시자쥔(시진핑 측근 그룹)에서도 부패 증거가 확인되면서 시 주석도 보호할 수 없게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유시보도 "시진핑은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목상일 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시진핑이 반대파와 협상해 본인이 물러나는 조건으로 측근인 당쉐샹이 총서기,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지지를 받는 천지닝이 총리, 장여우샤가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아 집단지도체제를 복원하는 데 합의했다"고 실각설을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영향을 받는 당쉐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왕양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후춘화 정협 부주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이 지지하는 인물들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해 차를 마시고 있다. 250305 AP/뉴시스. ⓒ뉴시스

    중국 사정에 밝은 그레고리 슬레이튼 전 버뮤다 주재 미국대사도 시 주석의 실각설을 다룬 기고문을 28일 뉴욕포스트에 냈다.

    슬레이든 전 대사는 "시진핑은 건강이 좋지 않아 8월 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은퇴하거나 이름뿐인 직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2022년 시진핑에게 굴욕당했던 후진타오 전 주석 등 원로들이 막후에서 권력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을 기리는 시중쉰기념관이 5월 개관하면서 '관중혁명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당 고위 간부들이 외국 고위 인사들을 접견할 때 시 주석이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시 주석 관련 뉴스를 게재하지 않은 점 등을 실각의 징후로 꼽았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정기간행물 '차이나 브리프'도 중국에서 체제 선전도구로 활용되는 관영매체에서 시 주석 1인 체제를 강조하는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라는 용어가 사라졌고, 시 주석을 '당의 핵심'이라고 칭송하는 일도 줄어드는 등 시 주석을 거론하는 빈도 자체가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23일 발간된 '차이나 브리프' 25권 12호에서 윌리 람 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은 물론, 공산당 중앙판공청의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새 정책 발표나 리창 국무원 총리가 주관한 헌법 충성 서약 행사 등을 다룬 관영매체에서 시 주석이나 그의 사상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보도에서 '시 주석의 지도가 있었다' 혹은 '시진핑 사상을 따라야 한다'는 표현을 언급했던 과거 양상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시 주석이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공식 불참을 선언한 것 역시 실각설을 더 키우고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시 주석이 취임 이후 매년 빠짐없이 참석해온 주요 다자 외교 무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도 화상으로 참여했고,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에서는 예정됐던 연설을 돌연 취소한 사례가 있었지만, 회의 자체를 건너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하반기 열릴 예정인 4중전회에서 실각설의 진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4중전회는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층 교체를 결정하는 자리다. 시 주석의 4연임 여부도 실질적으로 이 자리에서 결정된다.

    중국공산당 규약상 당 총서기는 중앙위 전체회의나 당 대회를 통해서만 해임될 수 있다. 시 주석의 충성파로 채워진 현 중앙위 구성상 시 주석이 직을 잃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만 군부 재편과 요직 인사를 통해 '시진핑 1인 체제'에 균열이 생겼는지 실마리는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빅2' 외교가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했으나,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시 주석이 실제 실각할 경우 섣부른 친중 외교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평화전략의 핵심 관계국 중 하나다. 중국 역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한국을 전략적 관리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야당 시절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 소홀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는 점에서 '중국 우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고래 싸움에서 등이 터질 상황을 피하기 위한 실용적인 균형 외교도 좋지만, 어느 고래가 싸움판에 올라설지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 고래에게 줄을 대서는 안 될 일이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