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문자 통보 … "절차·인권 모두 침해""사법경찰관 전면 조사, 수사 주체조차 모호""내란 아닌 '부수 혐의' 집중 … 신병 확보 위한 별건 수사"특검법, 모든 법 위의 법이 돼 … 비정상적 상황 비판도
  • ▲ 조은석 내란 특검 ⓒ연합뉴스 제공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사흘 새 두 차례 출석을 요구하며 소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절차와 법령을 무시한 공개소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특검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윤석열 때리기'에 몰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잦은 소환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 침해와 인권 침해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새벽 1시 문자 통보 … "절차·인권 모두 침해"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특검팀은 지난 28일 윤 전 대통령에게 첫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불과 하루 만인 29일 새벽 1시경 변호인에게 문자 메시지로 재출석을 통보했다.

    출석일은 그로부터 9시간 뒤인 30일 오전으로 지정됐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사실상 하루 만에 두 번째 소환을 요구한 것으로, 신체적·법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일정 통보"라고 지적했다.

    이에 내란특검 측은 다음달 1일 윤 전 대통령에게 2차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아직 밝히고 있지 않다.

    내란특검이 이처럼 2차 조사 준비에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 속 일각에서는 잦은 소환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 침해와 인권 침해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더해지고 있다.

    법무법인 을지 대표사이자 대한변협 인권위원 등을 지낸 이재원 변호사는 "기간을 짧게해서 피의자를 소환하는 것은 피의자를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이자 방어권 행사에 불리하게 만드는 행동"이라며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조사받는 사람의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일정을 정해서 나오라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침해와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이 같은 소환 일정에 대해 반발하는건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단 역시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특검은 출석요구서를 서면으로 송달하지 않고, 변호인과의 협의 없이 문자 메시지로만 통보했다"며 "출석 일정을 언론에 알리며 공개소환을 강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대통령령)은 피의자 소환 시 서면 통지와 일정 협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둘 것도 명시돼 있다. 대리인단은 "이런 기본적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새벽에 문자 한 통으로 다음날 오전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일주일에 한번 이런식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내란죄로 수사기관에서 수사해 기소가 돼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과 일정을 고려할 때에 잦은 공개소환도 정치보복의 일종으로 보여질 소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똑같은 행위로 인해 사람을 이중, 삼중 조사한다는 것은 조사받는 측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제공

    ◆"사법경찰관 전면 조사, 수사 주체조차 모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조사는 특검보가 아닌 사법경찰관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리인단은 "검사가 피의사실 전반에 대해 직접 신문토록 한 형사소송법 제243조에 어긋난다"며 "조사 주체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조사는 적법 절차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검사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보조인이 조사에 상당한 부분을 참여했다면 이는 명백히 위법한 것이지만, 현재 사안은 이와는 다르다"며 "사법경찰관이 조사 및 수사에 어느정도까지 참여했고 이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을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조사 받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검사 신분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조사를 주도하고 상당부분 깊에 개입할 경우 당혹감 혹은 모욕감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윤석열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내란 아닌 '부수 혐의' 집중 … 신병 확보 위한 별건 수사"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이미 내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번 소환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등 부수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이에 대해 "신병 확보를 위한 별건 수사로, 수사의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 "형사법은 별건 수사를 금지하고 있으며, 검찰개혁을 추진해 온 현 정부의 기조 역시 표적 수사를 금지하는 것이었다"며 "정권 차원의 '윤석열 때리기' 수단으로 특검이 오용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수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충분한 증거 조사 이후 최종 1회 소환이 원칙"이라며 "특검이 수시로 소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수사 비례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2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198조(준수사항) 4항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여서는 아니 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형사소송법 전문가로 알려진 한 교수는 "형사소송법이 기본 법이기 때문에 별건 수사는 안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검법으로 별건 수사가 가능할 경우 사실상 두 개의 법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원칙적으론 명문 규정에 반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내란특검법 자체가 기소가 돼 있는 것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규정된 이중 처벌 금지를 위배하고 있는 등 여러모로 말이 되지 않는, 특히 특검법은 모든 법 위에 존재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 법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해도 수단이 적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순간 목적을 위해 수단이 '법'을 위배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역시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만 몰두하는 특검 모습을 두고 비판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십 명 규모의 대형 특검이 실제 내란 사건 조사는 뒷전으로 미루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특검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공정성과 중립성을 앞세워 출범한 특검이 사실상 정치특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날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출석 요구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감안할 때,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특검의 수사 전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