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퇴임 기자회견 열고 비대위원장 내려놔송언석 비대위 출범 임박 … 8월 전대 개최 전망안철수, 현안 목소리 내며 전국투어 등 행보한동훈 유튜브, 나경원 대여 농성으로 투쟁"전대서 치열한 노선 투쟁 필요, 긍정적 방향"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임으로 국민의힘은 사실상 송언석 비대위 체제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됐다. 현재 안철수 의원이 광폭 행보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당권 경쟁에 나섰다는 평이 제기되는 가운데, 또 다른 경쟁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이 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총성 없는 당권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자신이 내세운 '5대 혁신안'을 거듭 주장하며 퇴임 일성으로 당의 기득권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제가 다른 지도부분들과 동반 사퇴하지 않고 개혁 요구를 해온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거 패배 후 혁신을 내거는 모습으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보수 야당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대선 패배 이후부터 혁신안 등을 제안하며 당 안팎에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지만, 당내 많은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위원장이 월권한다고 봤다.

    엇갈리는 반응 속 그의 퇴임으로 차기 전당대회까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심이 되는 비대위가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1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 구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송 원내대표는 8월 말쯤 전당대회를 치러 9월 정기 국회 시작 전까지 지도 체제를 완전히 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각자 행보에 나섰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전국을 돌며 민심 투어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당의 지역 기반인 대구를 찾아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25일에는 부산, 27일에는 대전을 찾았다. 29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오징어게임3' 출시 기념 팝업 행사에도 참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의원에 대한 평가가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크게 바뀐 분위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안 의원은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선 출구조사 결과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의원은 홀로 자리에 남아 유권자들에게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우파 내에서도 안 의원의 행보를 두고 "달리 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차명진·박계동 전 의원 등 캠프 관계자들과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안 의원은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상한 제한 정책에 대해 "'사전에 대통령이 보고받은 바 없다'라고 밝히는 데 이런 정책 혼선은 수치스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정신 차려라"라고 직격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장관급인 '지방시대위원장'에 임명되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러브버그처럼 전과자끼리는 붙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사실 김문수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운 사람 중 안 의원에게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면서 "당과 따로 노는, 케미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듣던 분이었는데 이번 악전고투에서 한 축을 묵묵하게 지키는 모습을 봤다. 현안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대중에 어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김문수 후보를 돕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후보 유세에 나서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 등의 조건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참여를 고사하고 개인 유세를 다니면서 대선 선거 유세가 아니라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유세 같다는 평도 있었다. 

    한 전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강성 지지층과 만나는 모습이다. 당원으로 대거 입당한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향후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이들을 중심으로 당의 혁신을 외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 21일, 24일, 26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또 다른 당권 주자 후보군인 나경원 의원은 직접 투쟁에 나섰다. 나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야당에 양보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7일부터 국회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파괴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오늘부터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법사위원장 반환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우파 진영에서 '투사 이미지'를 구축한 나 의원이 다시 한번 공격적인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당권주자 3인 3색의 행보를 두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경과 합리, 혁신 등을 몸소 보여주며 전당대회에서 내부 방향을 둔 정리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어디로 가야 할지 노선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분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당원들과 국민에게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당의 방향은 정확히 잡아야 한다. 야당으로 돌아온 국민의힘의 앞으로 나침반이 될 선거에서 좋은 후보들이 좋은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당권 주자들과 달리 차기 당권 도전설이 돌던 김문수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도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된다면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상징성이 더욱 강회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