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참여, 모든 협상의 첫 단추""한국 책임져야 美경제압박 피할 수 있어""전작권 전환은 불가피…2년내 가능성도"
  •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의 모습. ⓒ박원곤 교수 제공

    "한국이 중국 견제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참여할 것인가는 한국과 미국 간 거의 모든 협상의 첫 단추가 된다. 한국이 중국 견제에 낮은 수준으로 참여하면 이후 관세 문제나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조정 등 모든 사안이 연계된다."

    안보 전문가인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9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이른바 '국방비 5% 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5%를 국방비로 지출하지 않는 동맹국들에 대해 무역·관세 등 경제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경제·안보 연계 기조라고 정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GDP 대비 최대 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의 평균 국방비는 GDP의 약 2.61%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이른바 '국방비 5% 룰'에 부합하기 위해 단계적 증액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지난해 2.8%이고 올해 2.32%다. GDP의 2%도 국방비로 지출하지 않고 있는 스페인(1.28%), 룩셈부르크(1.29%), 슬로베니아(1.29%), 벨기에(1.3%), 캐나다(1.37%) 등 일부 나토 회원국들, 자위대라는 명칭으로 실질적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헌법상 군대 보유가 제한된 일본(1.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이 이들 국가들에 비해 낮지 않으므로 미국이 크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5%룰은 단순히 국방비를 증액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한국이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이 계속 보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을 특정해 "스페인은 무임승차(free ride)를 원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역에서 2배로 갚게 만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사실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안보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책임과 부담을 한국이 먼저 감당해야 그 이후 관세나 경제 문제에서 일정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한국이 가진 카드인데 이는 '마이너스를 막기 위한 카드'이지 뭔가를 얻어낼 수 있는 카드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세대를 수료한 후 미국 남서침례대에서 정치학 학사, 미국 보스톤 컬리지에서 정치학 석사,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원과 대외협력 실장,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를 거쳐 2021년부터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이자 통일학 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 국가안보실·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센터 소장, Journal of Peace and Unification 편집장으로 활동해 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더는 핵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내주 이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국방비 5%룰' 압박에 한국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기에 미국이 우리에게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다. 단순히 국방비의 증액 의미보다는 그만큼 한국이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이 계속 보내고 있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가 스페인을 특정해 '스페인이 5%에 동의하지 않으니 앞으로 관세 협상에서 개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경고했다. 이는 안보와 경제를 연계하는 트럼프 외교정책의 대표적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시 말해 안보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책임과 부담을 한국이 먼저 감당해야 그 이후 관세나 경제 문제에서 일정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나토도 GDP 대비 3~5%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GDP 대비 5%라는 수치를 실제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건 수치 자체가 아니라 책임과 부담의 증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은 후자 측면에서 훨씬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북한의 핵 위협에 집중하고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이 책임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해 한국 스스로 독자적 방위력을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주한미군 역할 변화와 직접 연결된다. 한국이 직면한 안보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도전적이고 어려운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에 '국방비 5%룰'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경비) 인상을 요구하면 한미동맹이 느슨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한국이 중국 견제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참여할 것인가'이다. 이게 거의 모든 협상의 첫 단추가 된다. 한국이 중국 견제에 낮은 수준으로 참여하면 이후 관세 문제나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조정 등 모든 사안이 연계된다."
    ▲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2026년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앞당겨 협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부담이 충분하지 않다며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협상카드는 무엇인가.

    "카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한국이 가진 카드인데 이는 '마이너스를 막기 위한 카드'이지 뭔가를 얻어낼 수 있는 카드는 될 수 없다.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우리가 방위비를 안 내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 자체가 약해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되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나 핵추진잠수함(SSN) 공동 운용 등을 얻어내자는 의견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기보다 손실을 막는 쪽으로 봐야 한다. 미국은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방어공약을 철회하겠다고 했고, 스페인에 대해서는 '그럼 관세 때리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우리가 방위비를 더 낸다고 해서 뭘 받아오는 구조가 아니고 그렇게 협상이 이뤄지기도 힘든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SMA에 주한미군의 작전지원비 신설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작전지원비는 SMA에 바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현재 SMA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예외 조항으로, SMA 항목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뿐이다. 작전지원비를 넣으려면 SMA 자체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작전지원비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에 연계된 비용인데, 이를 포함시키기 시작하면 그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한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매우 크다. 과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가 핵심인데, 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도 이 요구가 있었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 협상이 조금 달라졌을 뿐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 가능성도 높을 것 같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한미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 대응 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 3가지다. 한국 군은 초기운용능력(IOC)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 3단계를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 안보환경이나 능력에 비해 조기 전환이 이뤄질 것 같다.

    "전작권 전환은 불가피하다. 한국 방어 체계에서 재래식 위협에 대해 우리가 1차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결정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전작권을 전환하며, 미국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협상의 길을 열 수 있다. 미국도 넘겨주고 싶어 하는 입장이고 이 정도는 한국이 갖고 오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2년 내에 한국에 전작권을 넘긴다'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들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조건이 되든 아니든 이를 받으려 할 것이다."

    -군 장성들에 따르면, 전작권을 전환하면 주한미군의 위상이 한반도 유사시 후방 지원하는 주일미군 수준으로 약화되고,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쥐게 될 수 있다. 미군은 절대 다른 나라 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주한미군의 지원 수준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은 사실상 북한만 방어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만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