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하나의 전구'에 韓 전략적 대응 필요'하나의 전구' 주한미군 사령관에 核 사용권""전술핵 저장시설은 반드시 현대화해야""TEL·터널 활용해 美 전술핵 은밀 운용""방위비 증액, AI 등 첨단 국방 기술에 투자""군사적 기반 마련 後 MRO 사업 제대로 추진"
  •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성진 기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전구'(戰區·One Theater)로 묶는다면 그 전구의 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이 되도록 해 최대한 미국과의 전략적 연관성을 유지하고, 한반도 방어는 한국이 책임지는 대신, 미국에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라는 명확한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 등을 하나의 전구로 통합해 대응하는 '원 시어터' 구상을 논의하고 있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같이 제언했다.

    양 연구위원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주일미군을 증강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유연성(중국 견제)을 일부 선제적으로 수용하면서 전략적 입지를 능동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후에는 한국이 재래식 억제를 주도하는 대신,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핵 억제 보장을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면서 "특히 핵협의그룹(NCG)을 넘어서는 수준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전술핵 재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려면 언제든 핵무기가 신속히 전개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핵무기 사용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지만, 실제 사용 시기와 전략에 대한 결정 권한은 현장의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있어야 신속히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며 "이것이 북한에 대한 확실한 핵 억제력을 제공하고, 동시에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1975년 서울 출생인 양 연구위원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이자 군사관련 컨설팅과 교육훈련 등 민간군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텔엣지'의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 카운티에 있는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다음은 양욱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5% 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성과를 미국 국민과 세계에 과시하고자 한다. 한국이 이런 목적에 맞게 점진적으로 성과를 제시하면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면 이를 당장 전부 수용하지 않고 단계적인 인상 계획을 통해 충족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당장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올릴 수는 없지만, 나토처럼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며 최소 5개년 단위의 계획을 제시하는 식으로 약속은 할 수는 있다. 결국 협상의 핵심은 미국이 자국의 부담을 한국에 전가하지 말라는 데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이미 상당히 많은 부분을 부담하고 있고, 미군의 작전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해야 한다. 그간 명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던 방위 지원 항목들을 모두 찾아 구체적으로 수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 우리가 부담하는 금액이 상당히 높게 나타날 수 있고, 방위비 분담금을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면 이를 미국에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군사력 강화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

    -증액한 방위비 분담금은 어디에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하는가. 

    "특히 직업군인 처우 개선과 지연된 군 현대화 사업,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기술 개발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을 삭감하면서 특히 AI 유무인 복합체계 사업을 비롯한 여러 국방 사업들이 지체되고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AI 사업은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중요한 분야이지만 공약과 국정 과제로만 내세우고 실제 예산 투입이나 실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AI 사업은 국방의 첨단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의 AI 기술은 존재하지만, 국내 AI 생태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따라서 국방이 중심이 돼 AI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하고,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정부가 국방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듯이 국방을 발판으로 AI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현재 전쟁에서 AI 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우리만의 기술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미국 기업에 비용을 지불하고 협력하며 기술을 배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의 전략적 자립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 작전 지원비 항목 신설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군의 모든 작전 비행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군이 자국의 필요에 의해 이동하거나 작전을 수행한 경우와 우리가 직접 요청해 미군이 출동하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택시를 이용하더라도 명확한 요금 기준이 존재하듯이 작전 지원비도 정확한 비용 산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미군을 운용하면서 그 비용을 우리에게 청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리가 직접 요청했을 때만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비용 부담의 기준을 세부적이고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 주일미군 기지 현황. ⓒ일본 외무성 제공

    -주한미군도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 장성들에 따르면, 전작권을 전환하면 주한미군의 위상이 한반도 유사시 후방 지원하는 주일미군 수준으로 약화되고,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쥐게 될 수 있다. 미군은 절대 다른 나라 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국방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다만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되 한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유연성을 일부 수용하면서 전략적 입지를 능동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이 재래식 억제를 주도하는 대신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 요구도 일부 수용할 수 있다고 먼저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응하려면 한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주도권을 행사하고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전구'로 묶는다면 그 전구의 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이 되도록 해 최대한 미국과의 전략적 연관성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책임지는 대신 미국에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라는 명확한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한국에 대한 핵보장(핵우산)만큼은 확실히 도출하면서 역할 분담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

    아베 전 총리가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주일미군을 증강했듯이 우리도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일부 허용하면서 오히려 미군 병력을 추가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전략을 펼 수 있다.

    주한미군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후에는 한국이 재래식 억제를 주도하는 대신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핵 억제 보장을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특히 핵협의그룹(NCG)을 넘어서는 수준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전술핵 재배치다."
    ▲ F-35 전투기가 B61-12(비활성) 시험 투하를 하는 장면.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현재로서는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이 요구를 지속적으로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한반도에서 확실한 핵 억제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려면 언제든 핵무기가 신속히 전개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핵무기 사용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지만, 실제 사용 시기와 전략에 대한 결정 권한은 현장의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어야 신속히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것이 북한에 대한 확실한 핵 억제력을 제공하고, 동시에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한 미국은 현재 핵무기를 확장하고 현대화하고 있다. 한국은 훈련이나 기타 불필요한 명목에 비용을 지출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미국에 비용을 지급하면서 한국을 위해 사용할 미국의 핵무기 30기를 현대화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 핵무기들은 철저히 한국을 위한 것으로 지정하고, 평시에도 한국 주변 지역에서 언제든 전개가 가능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직접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이 좋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근접 지역에서 신속히 배치될 준비 상태로 관리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면 북한의 공격 목표가 늘어날 뿐이라고 우려한다.

    "그러한 주장은 전술핵을 항공기 위주로 배치할 경우에만 타당한 얘기다. 항공기는 배치 기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동식 발사차량(TEL)과 터널 시설 등을 활용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북한이 이를 정확히 탐지하거나 타격하기 매우 어렵다. 오히려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은밀하게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

    -현대화한 전술핵 저장시설도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텐데 현대화해야 하는가.



    "전술핵 저장시설은 현대화는 필수적이다. 현재의 항공기지 중심 방식에서 나아가 미국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의 운반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보관 시설도 보다 은밀하고 확장된 형태의 보관 장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핵무기 사용 권한 문제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핵무기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단순히 한반도 방어 목적으로만 요구한다면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하나의 전구' 개념을 내세우며 전략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 개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미국이 아시아 지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채택한다면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아시아 전구의 핵 사용 결정 권한을 부여하라는 강력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 동해해경청-해군1함대, 스마트정비지원센터 추진 협약식.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대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이 여전히 협상카드가 될 수 있는가.



    "MRO 사업은 현실성이 낮다. 오히려 미국에 선박 부품을 제조해서 납품하는 방식이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이다. 현재 한국의 조선사들은 수익성이 좋은 신조선 건조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이들 업체에게 이익이 적은 MRO 사업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실질적으로 MRO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군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진해 등지에 위치한 해군이나 해경의 정비 시설을 묶어 대규모 클러스터로 조성한 뒤 그 주변에 미사일 방어 체계와 같은 군사 시설을 추가로 구축해 군사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군사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에야 비로소 MRO 사업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동해 1함대에서는 해군과 해경이 공동 MRO 사업을 포함한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시도는 단기적인 경제성만을 따지기보다는 장기적인 작전 대비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는 상당한 예산이 요구되는 사업이지만, 국방 예산을 확대하여 이러한 전략적 사업에 투자하면 국가 안보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