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국민의힘에 '수평적 관계' 요구해 놓고李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 열 올리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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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장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의 '2중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당시 국민의힘을 향해 수직적 당정 관계를 비판했던 민주당 당권주자들은 정작 여당이 되자 이재명 대통령에게 앞다퉈 충성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는 '찐명(진짜 친이재명) 마케팅'으로 치닫고 있다.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의원은 각각 자신이 '친명'임을 내세우며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자신들에게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박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당·정·대 관계를 원팀 수준으로 만드는 게 첫 과제"라고 했고, 정 의원은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날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두 의원 간의 미묘한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 대결'은 본격화했다.
정 의원은 국회 본관 입구에서, 박 의원은 본회의장 입구에서 이 대통령을 각각 맞았고, 이후에는 당원들에게 '친명성'을 부각하려는 듯 각자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 나눈 짧은 대화와 악수 장면을 소개했다.
두 의원 간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정 의원은 본관 입구에서 이 대통령이 "상대 후보(박 의원)는 어디 갔느냐"는 질문에 농담조로 "안 왔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본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국회 본관 입구에) 들어올 때 정 의원과 악수했는데, 나는 (본회의석) 자리가 대통령이 지나가는 자리니까 그건 (본관 입구 의전은 정 의원에게) 양보하고 여기(본회의장)에서 악수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명심 잡기에 몰두하는 두 의원이 과거 여당이던 국민의힘을 향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당정의 '수평 관계'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2023년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낙점설이 돌자마자 "윤석열 아바타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해 국회의원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 C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국민의힘은 용산 대통령실이 출장소 역할밖에 못하지 않느냐"면서 "아무리 정부 여당이라 하더라도 국회 본연의 임무인 정부 견제, 행정부 비판은 분명하게 해야 되는데 지금 대통령 앞에서 누가 말 한미다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후보가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임을 전면에 내세우자 당내에서도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 초기 여당에서 통상 나타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국민이 부정적으로 보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심을 잡는 선거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인간적 친분보다는 정책적인 뒷받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더 확실하게 설명하고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자신들이 비판한 행동을 정작 똑같이 되풀이하면서도 과거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민주당은 당정 간 수직적 관계를 넘어 종속적 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국회가 이 대통령과 '개딸'(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의 출장소가 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