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도중 멈춤 발생 …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상담원 "일단 아무 사진 넣고 메일로" … 현장선 사실상 수동 접수서류 7종 요구에 GPS·직인까지 … "고령자 배제된 구조" 지적도한전 "시스템 담당자 찾기 어렵다" … 남은 예산은 20%, 혼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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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마켓플레이스 홈페이지 캡쳐
한국전력공사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소상공인 고효율기기 지원사업'이 신청 과정에서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 취지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것이지만 실제 신청자들은 신청서 접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하겠다는 게 아니라 포기하게 만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원사업은 2025년 2월 17일부터 진행 중이며 총 379억 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냉난방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품목별로 최대 160만 원(최소 80만 원)까지 구매비용의 40%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한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문제는 신청 단계부터 드러난다. 신청자들은 반드시 ▲사업자등록증 ▲소상공인확인서 ▲제품 전경 사진(GPS 포함) ▲에너지 효율 라벨 사진 ▲제품 명판 사진 ▲거래내역서 ▲결제 영수증 등 7개 이상의 서류를 전자파일로 업로드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파일 중 일부(특히 사진)를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멈추거나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 오류가 발생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한 소상공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5, 26일에도 등록을 시도했지만 사업자등록증과 확인서까진 됐는데 라벨 사진을 넣는 순간부터 로딩만 되고 아무 반응이 없다"며 "나이든 사람은 신청도 하지 말라는 건가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대표번호로 안내받은 대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크롬으로 바꿔서 시도했지만 중간에 멈추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다른 브라우저인 웨일, 익스플로러 등 다 써봤지만 아무 것도 안 됐다"고 했다.
한 지원사업 관계자는 "자체 내에 전산이 고르게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재 지금 안 된다는 분들이 좀 있다"고 했다. 27일 업무가 시작된지 약 1시간30분여가 지난 오전 10시 30분께를 기준으로도 이미 복수의 민원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대표번호를 통해 연결된 상담원은 "지정된 사진 대신 아무 사진이나 넣고 나머지 서류는 메일로 보내달라"는 안내를 하기도 했다. 접수 시스템에 반복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현장의 민원이 잇따르자 상담원들이 사실상 수동 처리에 가까운 '우회 접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스템 미비에도 접수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현장 대응이지만 시스템 오류로 행정 일선이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절차의 복잡성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제품 전경 사진은 GPS 정보를 포함해야 하며 거래내역서와 영수증은 판매처 직인, 모델명, 승인번호 등 세부 항목이 빠지면 접수가 되지 않는다. 한 온라인 소상공인 커뮤니티 이용자도 "신청이 너무 복잡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5~27일 시스템 점검 결과, 저희 쪽 시스템에는 접수 불가 수준의 문제는 없었다는 최종 확인을 받았고 트래픽이 몰리면 일부 사용자 접수가 지연될 가능성은 있으나, 실제 접수 내역상 정상적으로 처리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번호로 접수 관련 문의는 있었지만 시스템 전반 장애는 없었다"면서도 "불편사항이 있을 경우 고객센터(1511-1212)로 연락 주시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해당 지원사업은 전기요금 부담이 큰 소상공인들에게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구입 비용의 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이며 2월 17일부터는 본격적인 신청 접수가 진행 중이다.
에너지효율 등급 라벨이 부착된 제품을 온·오프라인으로 구입한 뒤 사업자등록증, 소상공인확인서, 제품 사진, 구매 증빙 등을 갖춰 한국전력 에너지마켓플레이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단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다. 현재 잔여 예산은 약 20% 정도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