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 전쟁 끝낸 뒤 동북아에 힘 집중김정은, 이란 핵시설 공격에 초긴장 모드北 ICBM 무력화할 美 '골든돔' 시대 열리나한반도·대만 묶는 美 '원 플러스 알파' 전략국방비 5% 시대, 韓 'AI 방위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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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의 모습. ⓒ경상북도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스라엘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한 뒤 중국과 북한에 집중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추진 중인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Golden Dome)이 구축되면 북한의 핵 공격은 더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군사안보 전문가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2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네 개의 전구(戰區) 중 두 개의 주요 전구가 안정화되면 미국은 군사력을 중국과 한반도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반도와 남중국해, 대만을 하나의 단일 전구로 통합해 관리하려는 전략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구 재편 전략은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면밀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든돔 체계가 구축되면 북한이 발사하는 거의 모든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핵우산이 비로소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골든돔 완성 후 미국은 북한 핵에 대해 확실한 핵 억제력을 갖추게 된다. 골든돔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증액 방침인 이른바 '국방비 5%' 룰에 대해 "한국 국방비가 현재 66조 원인데, 갑자기 132조 원으로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약 2.8% 수준으로 이미 상당한 만큼,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회에 국방비를 조금 더 올려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빨리 구축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해서도 "확장억제력을 작전 지침이나 작전계획에 명시하고, 한국이 필요로 할 때 미국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예컨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전개될 때 들어가는 연료비나 운용비 등을 한국이 부담하자는 것이다.
김 상근부회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군사안보 전문기자, 논설위원 등을 거쳐 2016년까지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을 역임했고, 2023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더는 핵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내주 이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다음은 김민석 상근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근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협정을 성사시켰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하고 이란의 위협이 약화된 상황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중동 지역 긴장의 핵심이었던 후티 반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아 온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역내 안보 위협을 지속해 왔다. 이란이 핵무장까지 성공했다면 중동을 사실상 장악하고, 이스라엘의 존립마저 흔들었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이란의 핵무장 완성 가능성이 차단된 만큼, 중동 정세가 안정화되고 홍해의 민간 선박에 대한 위협 역시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동은 물론 인근 아프리카 지역의 안보 환경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번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상 우선순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남중국해 이슈를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고, 중동 문제를 두 번째 우선순위로 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 문제는 세 번째 우선순위이며, 한반도 문제는 그 뒤를 잇는 후순위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두 번째와 세 번째 우선순위인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차 정리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군사적 개입 이후 휴전 협정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현재 휴전 협정 회담이 진행 중이며, 전쟁의 추가 확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은 군사 지원을 축소(무기 철수 압박)하며 우크라이나에 휴전을 압박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휴전 협정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안보 상황 변화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는가.
"네 개의 전구(戰區) 중 두 개의 주요 전구가 안정화되면 미국은 전력을 중국과 한반도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간 미국은 두 개 이상의 전구에 군사력을 동시에 집중시키는 이른바 '원 플러스 원' 전략을 수행하는 데 부담을 느껴 왔다. 그러나 '원 플러스 알파'는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반도와 남중국해, 대만을 하나의 단일 전구로 통합해 관리하려는 전략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략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입장에서도 병력 운용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주한미군 중 이동이 가능한 공군력 등을 필요에 따라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으로 신속히 이동 배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휴전 협정은 단순히 협정 체결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협정의 세부 사항 이행과 신뢰 구축 과정에 따라 앞으로도 일정 기간 추가적 확인이 필요하다. 이르면 내년 봄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미국은 지금까지 분산된 전투력을 한반도와 중국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구 재편 전략은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면밀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 ⓒ주재우 경희대 교수 제공
-중국은 당초 2025년까지 남중국해를 포함한 제1도련선 내의 해역에 대한 실질적 영유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제1도련선 내 핵심 과제인 대만 점령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공적인 상륙작전 수행 능력이 필수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그만한 상륙 전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상륙작전에 섣불리 나설 경우 오히려 대만해협에서 몰살당할 위험이 크다. 중국이 성공적인 대만 점령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상륙 능력을 본격적으로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빨라야 2027년이며, 내부 사정에 따라 2028년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준비 지연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시간을 벌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기 전까지 최대한 압박을 가해 중국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할수록 중국은 전략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 가장 큰 과제인데 북한 비핵화 협상은 수십 년간 공전했다.
"중국과 북한은 미국 본토를 향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북한은 전술핵을 이용해 한국을 위협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개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의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9형' ICBM을 배치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미사일 요격 체계로는 북한의 ICBM 요격 성공률이 50% 미만이라 미국이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동이나 다른 지역의 전쟁이 정리된 이후에는 미국이 중국 대응에 전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이 도발하고 북한까지 그 틈을 타 도발한다면 미국은 한반도가 아닌 대만과 남중국해 방어에 집중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서는 미국이 직접 핵 보복으로 대응하겠지만, 북한의 재래식 도발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막아내야 할 수밖에 없다."-
- ▲ 록히드마틴의 '골든돔' 개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골든 돔'에 관해 발언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전역을 보호하는 '골든 돔'을 본인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이전에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
-미국의 확장억제를 한국이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이 구축되면 북한의 핵 공격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없게 된다.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체계인 '아이언돔'을 한층 진화시킨 개념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골든돔의 1단계 기반을 2028년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언돔은 처음엔 단거리 로켓포탄을 방어하기 위한 체계였으나 이후 '다윗의 슬링'(David’s Sling) 등과 결합하면서 현재는 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다만 현재 아이언돔 시스템은 요격 미사일을 모두 지상에서 발사한다는 한계가 있다. 지상 발사 방식은 미사일이 목표 지점까지 먼 거리를 날아가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 연료 탑재량이 늘어나고, 그만큼 미사일 크기와 비용이 증가한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빠르게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다. 또한 초기에 빠르게 가속한 후 추진력을 유지하며 목표에 도달하므로 요격 성공률도 크게 향상된다.
골든돔 체계를 구축하면 북한이 발사하는 거의 모든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을 쏴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핵우산이 비로소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골든돔 완성 이후 미국은 북한 핵에 대해 확실한 핵 억제력을 갖추게 된다. 골든돔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행정부가 추진했던 '스타워즈 계획'이 떠오른다.
"전략방위구상(SDI)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레이건 정부가 SDI를 추진했을 당시 기술적으로는 구현 불가능한 개념이었고 소련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유발함으로써 경제적 파탄을 초래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강했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붕괴했다. 그러나 현재는 당시의 SDI 개념을 실제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고, 그 실체가 바로 골든돔이다.
미국은 이미 이를 위한 상당한 기술적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실전 배치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골든돔은 미국이 우주를 완벽히 장악하는 수준의 시스템이다. 러시아를 포함해 그 어떤 나라도 우주 군비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 기술력만 해도 중국은 게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할 건 없다. 미국과 함께 가는 수밖에 없다."
-북핵 고도화로 인해 국내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이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골든돔이 완성되면 한국이 굳이 핵무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핵 문제를 에너지 문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로 26기를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저농축(3%)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고,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가 상당히 많이 쌓여 있다. 지금도 저장 풀(pool)이 거의 꽉 찬 상태라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재처리가 필요하다. 재처리를 하면 필요한 핵물질만 추출해 재활용하고, 나머지 폐기물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만들어 지하 깊숙한 곳에 안전하게 묻을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원자로 운영이 제대로 정리된다.
미국도 앞으로 원자로를 100기 정도 새롭게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도 미국과 함께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굳이 '핵 잠재력'(nuclear latency)이라는 말을 쓰거나 강조할 이유는 없다. 유사시 한국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미국도 이미 잘 알고 있고, 묵인하는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추진하면 된다."-
- ▲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토 사무국 제공
-나토 회원국들이 2025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GDP의 5%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도 국방비와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GDP의 약 2.8%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한국이 안보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 국방비는 우리 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울은 일본보다 훨씬 크고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2배 이상이다. 이 돈은 미국에 주는 게 아니라 우리 국방력을 키우는 데 쓰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는 미국, 이스라엘 다음으로 우리가 GDP 대비 국방비를 많이 쓴다. 그래서 미국도 우리를 크게 압박하기 어렵다.
국방비 문제는 나토의 움직임을 보면서 타이밍을 잡으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트럼프 임기도 끝난다. 물론 트럼프의 위신도 생각해서 국방비를 올리겠다고 말해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방비가 현재 66조 원인데, 갑자기 100조 원으로 올릴 수는 없다. 재정적 압박이 너무 크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기회에 국방비를 조금 더 올려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빨리 만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나토가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GDP의 5%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 중 3.5%는 핵심 국방비, 나머지 1.5%는 사이버·인프라·방산산업 강화 등에 쓰이도록 했다.
"그 5%는 순수 국방비 3.5%에 간접적으로 국방에 쓰이는 방산 등 관련 비용 1.5%를 합친 개념이다. 실질적인 국방비는 GDP의 3.5% 수준으로 보면 된다. 추가되는 1.5%의 간접 국방비에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비용과 같은 첨단 방위력 증강에 들어가는 다양한 항목들을 포함시킬 수 있다. 우리도 그 기준에 맞춰 어디까지 국방비로 볼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작전지원비 항목이 신설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계속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필요할 때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보내주면 그 경비를 내겠다고 협상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한반도를 위해 수시로 전략자산을 전개한다며 우리에게 비용을 청구할 때는 그것이 순수하게 한반도 방어용인지 아니면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인지 따져보고 비용 부담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전략자산 중 하나인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들어올 때 주요 무장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현재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형태로 개발이 진행 중인데 곧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본토 중심까지는 남한에서 발사 시 최신 토마호크도 도달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토마호크는 한반도 방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확장억제력'을 구체화해 작전지침이나 작전계획에 명확히 넣어두면 가장 이상적이다. 병력 유지나 기본적인 운영 비용은 한반도에 오든 안 오든 미국이 이미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핵잠수함은 원래 위치에서 한반도까지 전개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핵잠수함 한 척 가격이 약 2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인데 우리가 그중 몇 퍼센트를 부담하는 식으로 계산하는 건 맞지 않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건 미군 전략자산이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될 때 들어가는 연료비나 운용비 정도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對)중국 견제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묶이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제기됐다. 미군 2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주한미군을 '인계철선'으로 부르는 표현도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미군은 기갑여단을 순환배치 형태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유사시 필요에 따라 병력을 빼내 다른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미국이 주한미군 4500명을 괌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이 실제로 철수시킬 수 있는 주한미군 병력은 많지 않다. 작전계획에 편제돼 작전 임무가 부여돼 있는 주요 전력은 철수 대상이 아니다. 한미 간 작전계획은 양국 간 합의된 계약서나 마찬가지여서 미국이 주한미군을 임의로 철수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여단급 병력은 교대나 순환배치 형태로 빠졌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지상군 역할은 한국군이 주도하는 게 맞다."
-한국이 필요로 할 때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TPFDD: Time Phased Force Deployment Data)은 유사시 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군 부대들이 한반도에 어떤 순서로, 언제, 어떻게 들어오는지 기록한 리스트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면 미군은 이 목록에 따라 병력을 전개한다. 하지만 미국이 말하는 전략적 유연성은 바로 이 목록에 따라 들어오기로 예정된 병력이 상황에 따라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와 남중국해, 대만 등을 하나의 통합 전구로 관리하려는 것도, 필요하면 예정된 병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만약 TPFDD가 전부 실행되면 한반도에 들어오는 미군 병력은 최대 60만 명에 달한다. 전투기도 1000대 이상 배치될 만큼 엄청난 전력이다."
-트럼프 2기 시대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거로 보는가.
"최근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북한 김정은일 것이다. 미국이 타국을 직접 공격한 건 오랜만인데 이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수준의 충격이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이란-이스라엘, 러시아-우크라이나)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다음 목표는 중국과 북한이다. 현재 북한은 우리에게 아쉬울 게 없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은 만큼 우리에게 받을 게 없다.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을 안정화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내년쯤 정리하면 미국은 한반도에 집중할 것이다. 그때 김정은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처럼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지금은 그런 중재 기회가 없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이 '원 플러스 알파'로 한반도에 집중되면 그때야말로 우리에게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