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헌법재판소장에 김상환 대법관 지명…3기수 뛰어넘는 파격인사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김명수 사단 핵심 인물…사법 행정 총괄2020년 대법원서 무죄 취지 판결로 정치생명 연장 '은인'법조계, '보은인사' 통해 헌재 장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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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환 전 대법관.ⓒ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의 첫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김상환 전 대법관을 지명하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과거부터 편향성 논란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2020년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위반 혐의로 2심 재판부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지사직을 내려놔야 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을 때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구한 대법관을 헌재소장에 임명하는 건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부를 장악했던 '김명수 사단'이 새 정부 들어 또다시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3기수 뛰어넘는 파격인사…또다시 '코드인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6일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4월 8일 퇴임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김상환 전 대법관과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헌법재판관 지명 동시에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대법관을 역임한 법관 출신으로 헌법과 법률 이론에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헌법 해석의 통찰력을 더해줄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기존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던 정형식 재판관(사법연수원 17기), 조한창 재판관(18기), 김형두 재판관(19기)을 제치고 연수원 20기인 김 후보자를 지명한 건 파격 인사나 다름없다.
김 후보자는 대전 보문고,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수석부장판사, 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무엇보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 후신으로, 문재인 정부 대법원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김 전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회장도 역임했다.
김 후보자는 2018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장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려 할 당시 야권으로부터 '전형적인 코드 인사'로 지적받았으나 다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의 찬성으로 임명됐다.
2021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지명하면서 코드 인사가 재차 논란이 되자 스스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한 후 처장을 맡았다. 이후 2024년 1월까지 약 2년8개월간 처장으로 재직한 뒤 지난해 12월 27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기존에 헌재소장으로 거론되던 정형식 재판관이나 김형두 재판관이 물을 먹은 꼴"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인물을 헌재소장에 앉힌 건 코드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 ▲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김어준에게 무죄 선고…대법관 임명 전부터 좌편향 판결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은 과거 대법관 임명 전부터 진보적 판결로 주목받았다. 2016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민단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집회 자유'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시절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김어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것 때문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노동 사건 판례 확립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원청인 한국도로공사에 직고용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김 후보자는 노정희 대법관과 함께 주심을 맡아 6년간 이어진 사건을 원고 승소로 마무리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6년 임기 중 2년 8개월을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김 후보자가 처장으로 있을 때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건관계자 등에 대한 법원 심문을 가능케 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추진해 검찰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李 대통령 정치 생명 연장시켜준 김 전 대법관…'보은인사' 우려
무엇보다 김 전 대법관은 이재명 대통령 판결에도 관여했다.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TV토론회에서 당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길게 해명했는데, 요약하면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고 2심 재판부는 "빼도 박을 수도 없는 거짓말"라며 유죄를 인정,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경기도지사직을 내놓고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20년 판결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은 7(파기환송)대 5(유죄)로 다수 의견인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선고됐다. 김 전 대법관도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무죄 취지의 다수 의견을 냈다.
이때 김 전 대법관 등 무죄의 논리는 "선거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될 수 있다" "TV토론은 선거공보물과 같은 공식적인 공표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 등이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구한 대법관을 파격인사를 통해 헌재소장에 임명하는 건 '보은인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상환 후보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단의 대표적 인물로, 이 대통령을 벼랑 끝에서 구해준 인물이나 다름없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재청 신청이 들어갔을 때 또다시 이 대통령 편을 들어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