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선거법 재판, 李 정치생명 위기서 탈출대법원서 7대5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무죄' 다수 의견 낸 김상환, 당시 재판 주심대통령실-당에 李 관련 사건 변호사 대거 포진野 "무죄 준 사람 사법기관장으로 … 국민 납득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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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던 2023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대법관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재판 무죄 취지 파기 환송 당시 주심을 맡았던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이 대통령 무죄에 손을 들어주며 근소한 차이로 유무죄가 갈렸는데, 이를 두고 야당은 공당을 넘어 국가 사법 체계가 이 대통령의 로펌으로 전락한다고 비판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헌재 헌법연구관과 대법관을 역임한 법관 출신으로 헌법과 법률 이론에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헌법 해석에 통찰력을 더해줄 적임자"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0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전원합의체 재판에 참여했다.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이 "그런 일 없다"고 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
법원의 판단도 엇갈렸다.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서는 벌금 300만 원으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이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풍전등화던 상황에서 결국 재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이 나게 됐다. 김 후보자는 3명의 주심 중 1명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참여했다. 과거 이 대통령의 다른 사건을 변호한 이력이 있었던 김선수 전 대법관이 사건을 회피했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7대5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김 후보자를 비롯한 7명이 무죄 취지 다수 의견을 냈다. 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은 2심 판결에 따라 그대로 유죄가 확정돼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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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청을 나서며 국회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판결은 이듬해인 2021년 10월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맞물리면서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2020년 퇴직 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고 억대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권 전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가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던 김 후보자에게 이 대통령 무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연구관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판결 합의 과정에 대한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판결 합의 과정이 공개되면 판결 효력에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헌법재판소장에 지명한 것 자체가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져준 사람을 '5부 요인'인 헌법재판소장에 앉혀 사실상 은혜를 갚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에도 이 대통령의 송사와 관련된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사건을 변호했다. '혜경궁 김씨'사건에도 참여했다.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선거법 사건을 변호했다. 이 밖에도 이장형 법무비서관은 대북송금사건을, 조상호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대장동 사건을 변호했다.
이런 흐름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에도 존재했다. 이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양부남· 김기표 의원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인정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았던 이건태·김동아 의원도 공천을 받고 금배지를 달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결국 수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했던사람을 사법 최고기관장으로 앉힌 것 아니냐"면서 "당대표 시절부터 자기 변호해준 사람들 챙겨줬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는 국가 요직을 자기 도와준 사람에게 나눠준다면 국민들이 이를 정상적으로 바라보겠느냐. 사법부마저 자신의 로펌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되면 헌재 내부는 물론, 사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대통령이 전날 김 후보자와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동시에 지명하면서 9인 헌재 체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대로 두 사람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진보재판관 4명, 보수재판관 3명, 중도성향 재판관 2명의 구도가 4년간 지속된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