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첫 시정연설…與 '박수' 野 '기립''보이콧·피켓시위·악수 거부'…尹 때와 달라국힘 "김민석 반대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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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치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환호와 박수로 호응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야당 시절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악수를 외면한 태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22일 만인 26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6분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당 의원들은 문 앞부터 연단까지 늘어서 박수로 환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제히 기립해 환대했다. 시정연설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연설이 끝난 후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등 차분하게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고성과 야유는 없었으며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과거 민주당의 보이콧과 피켓시위, 야유, 악수 거부 등 갈등으로 얼룩진 윤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엿새만인 2022년 5월 1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했다. 마찬가지로 추경 처리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취지에서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에 가까운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과 협력에 동참하겠다며 윤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하지 않고 남아 기다린 점에 대해 여당 원내대표로서 정말 야당 의원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장 윤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이틀 뒤인 18일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 연설문 내용이 너무나 형편없다. 이게 고등학생, 대학생이 썼나 생각이 들 정도로 충실하지 못했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급기야 민주당은 같은 해 10월 25일 윤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시정연설 참석을 거부했다. 야당 의원 전원이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입장조차 하지 않은 것은 현정사상 처음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대신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 XX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윤 전 대통령을 맞았다. 이재명 당시 당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강하게 규탄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월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끝으로 남은 임기 동안 국회 일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마지막 시정연설에서도 민주당은 침묵 피켓 시위, 악수 거부 등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한편,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지 않고 참석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첫 시정연설 때 민주당이 참석해 기립했던 기억이 있다. 과거 전례를 따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민석 후보자는 반대하나 그 문제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이라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