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사법고시 부활 검토해보자는 발언 후폭풍새 정부 출범후 대법관 증원, 4심 제도 등 사법부 옥죄는 여당헌법84조 내세워 중지된 재판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사법부 독립 꾀할 수 있는 사법 시스템 수술이 더 시급
  •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 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사법시험을 부활시켜달라는 시민 요청에 "개인적으로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하면서 '사시 부활'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사시 부활 관련 의견 표명이 구체적인 정책 검토와 실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로스쿨 제도가 정착된 상태인데다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갈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시급히 논의돼야 하는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의 재판을 중지시키기 위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행하고 있는 만행이다. '이재명 방탄법'으로 불린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사법부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사법부 역시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84조를 앞세워 모든 이 대통령 재판을 중지시켰다. 대법원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하던 기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사법부가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前민주당원 "李 대통령 재판 계속돼야…법 앞의 평등은 어디에 있나"

    민주당 전 권리당원 백광현씨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기일을 헌법 84조를 근거로 연기한 서울고법 재판부를 고발했다.

    그는 "피고인 이재명의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는 어떤 정치적 이유나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오직 법과 원칙, 평등과 정의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받지 않는다? 그건 민주주의 국가에선 존재하지 않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독재의 언어"라고 비판했다. 백씨는 이 대표 사건이 모두 '대통령 당선 이전 기소된 사건'임을 강조하며 "선거법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까지 내려진 사건임에도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 취지를 묵살하고 파기환송심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사는 기소로, 기자는 팩트로, 판사는 법과 양심으로 직무를 수행할 때 비로소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번 파기환송심 판사는 대법 판단을 무시하고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항소심, 대장동 사건 등 주요 재판들이 줄줄이 기일이 연기됨에 따라 4만 여명의 시민을 대표해 백 씨가 재판부를 고발한 것이다.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84조에서 소추를 어디까지 해석할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음에도 사법부가 스스로 굴복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는 지금 국회에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안과 대법관 증원안, 법원 판결의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법안 등 사법부를 옥죄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재판은 진행돼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임기 중에는 어떤 재판도 열리지 않을 것 같다"면서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겁박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재판과정을 수사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취소결정을 한 판사를 뒷조사해 '저질 판사'로 낙인찍어버리는 만행까지 버젓이 저지르는 상황에서 사법부 독립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타냐후 총리도 5년째 형사재판중…사법부 권한 축소하려다 여론 악화

    판사는 개개인이 독립된 기관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일컬어진다. 헌법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06조 1항에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판사의 신분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법의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판사가 직무를 수행하며 내린 판결은 어떠한 경우에도 문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오심으로 억울한 사람한테 사형 판결을 내려도 그 판사는 법적으로 처벌,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년째 자국 법정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검찰은 2019년 11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현직 총리 신분임을 감안해 네타냐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지만, 다른 특혜는 베풀지 않았다.

    현직 총리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건 이스라엘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법원은 기소된 이후에만 세 차례 실시된 총선을 통해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 네타냐후에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2023년 10월 시작된 하마스 전쟁도, 2024년 9월 발발한 헤즈볼라 전쟁도, 올해 6월 이란 전쟁도 재판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지휘하는 자신에 대한 재판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국가안보와 재판은 별개'라며 재판을 강행했다.

    분개한 네타냐후는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에스테르 하유트 대법원장이 정년퇴직한 지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는 것도 사법부 권한을 축소시키기 위한 압박 카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3월에는 바라하브 미아라 검찰총장을 경질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법부의 정부 견제를 제한하는 법은 무효라고 판결했고 미아라 검찰총장은 해임에 불복하는 청문 절차를 밟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추락했고 사임 압력은 높아졌다.

    법조계에선 이 대통령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해결하려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과잉 입법을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은 사법시험 부활 등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이 대통령 자신의 재판을 어떻게 할지 명백히 밝혀야 할 때"라면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내세우며 모든 통치 행위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독재국가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