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 기준 완화 예고…초대형 은행, 국채 매입 여력 확대기준금리 인하 없이 시장 유동성 확보 달성 전략
  • ▲ 미국 연방준비제도 건물.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대형 은행의 자본건전성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금리 인하 없이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장 안정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로 확보한 여윳돈으로 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해 채권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연준은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기준 수정안을 의결하고 6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이 규제는 대형 은행들의 자본 비율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한 핵심 규제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SLR은 은행의 총자산 대비 자본 적정성을 따지는 지표로, 국채 등 안전자산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한다. 미국은 일반 은행에 최소 기준 3%를 적용하고, 초대형 은행(G-SIB)에는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5%를 적용해 왔다. 이들 은행 자회사에는 6%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초대형 은행들이 국채 보유를 기피하는 현상이 지적돼 왔다.

    이에 연준은 가산 비율을 완화하면, 결과적으로 은행의 국채 매입 여력이 늘어나 시중금리에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은 기준금리 인하 없이도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연준의 전략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국채 수요가 늘고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은 줄고 금융시장의 유동성도 풍부해진다.

    다만, 이번 결정에는 연준 내부 이사진 간 의견차도 존재했다. 일부 이사들은 규제 완화가 금융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다수의 이사진은 금융시장 유연성 확보와 국채시장 회복력 강화를 이유로 찬성표를 던졌다.

    규제 완화 효과는 정책 확정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초대형 은행 본사 기준 자본 요구액은 약 130억달러 줄고, 자회사 기준으로는 2000억달러 이상 완화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다만 연준은 "대부분의 자본 여력은 지주사 내 계열사 간 재분배될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배당 확대는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국채금리 하락을 통한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환율 안정과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