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나토 정상회의 폐막뤼터 총장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러 언급 줄고, '우크라 가입' 명시 안 해'집단방위 5조는 철통'…트럼프도 "지지"
  • ▲ 나토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25일(현지시각) 공식 합의했다.

    로이터·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나토 정상들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전력증강 계획인 '나토 군사역량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고, 이를 위한 연례계획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GDP의 최대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점진적인 계획을 해마다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또 전체적인 지출 궤도와 균형은 4년 뒤인 2029년 전략적 환경 및 개편된 군사역량 목표를 기반으로 재검토한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직접 군사비 3.5%+간접 비용 1.5%'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5%'를 맞췄다. 2014년 합의된 현행 목표치인 2%에서 배 이상 증액하기로 한 셈이다.

    2014년 나토는 10년 후인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 규모를 GDP의 2%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지부진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가 미국민 세금인 국방비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나토의 근간인 상호방위 의무를 무시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박하자 나토 동맹들은 국방비 증액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자 동맹들은 그가 요구하는 GDP 5% 지출 요구를 대부분 군말 없이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위비 증액 합의는 야심 차지만, 필수적이라며 나토를 훨씬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위비 증액 합의의 공로를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를 GDP의 5%로 늘리라고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모든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재집권 이후 첫 정상회의 결과에 만족감을 표명하면서 5% 목표치가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역사적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큰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린 동등해질 것"이라면서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계획을 환영했다. "미국, 유럽, 서구 문명의 승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스페인은 이날 방위비 증액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여전히 불만을 내비쳤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합의한 새로운 역량 목표를 충족할 것이지만, GDP의 2%에 해당하는 현재의 국방지출 수준이 충분하고 현실적이며 복지국가와도 양립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 총회 개회 무렵 옆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말하고 있다. 250625 AP/뉴시스. ⓒ뉴시스

    A4 용지 한 장, 다섯 문단으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관련 언급은 제외됐다. 길이 자체도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 때인 지난해 워싱턴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44개 문단에서 대폭 짧아졌다.

    지난해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 자격을 포함한 유럽·대서양과 완전한 통합을 향한 불가역적인 길(irreversible path)을 걷는 것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 2025년 최소 400억유로(약 60조원) 상당을 지원하겠다는 서약도 담겼다.

    올해 공동성명에는 대신 "동맹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각국의) 변함없는 주권적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또한 "그들(우크라이나)의 안보에 대한 기여는 곧 우리의 안보에 대한 기여로,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 및 방위산업 투자분을 (이날 합의된) 국방비 지출에 계산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동성명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매년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다.

    공동성명에는 또 "워싱턴 조약(나토 조약)의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에 대한 우리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한다.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든 동맹에 대한 공격"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집단방위 5조 이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모호한 답변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자신의 요구안인 5% 증액 합의 이후에는 "난 그것(나토 5조)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한편 뤼터 총장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위성락 안보실장을 포함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과 첫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성명은 "국제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하고,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세계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각자의 국방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방산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나토 32개국의 국방비 증액 합의 발표 당일 IP4와 방산 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의 유럽 방산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