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로스쿨제, 과거시험 아닌 음서제""사법고시 부활, 검토나 한 번 해보자" "로스쿨 미졸업생도 변호사자격 얻어야"법조계 "로스쿨제 근본적으로 흔들겠다는 것""폐지한 사시 스스로 부활, 자기 부정하는 것"로스쿨, '음서제'가 문제면 제도 수술부터 해야
  • ▲ 마지막 사법시험이 열린 2017년 6월 연세대 시험장에 수험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현 법조인 양성 경로가 문제가 있다"며 사법고시 부활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로스쿨 제도에 대해선 고려·조선시대에 고위층의 자손을 우대해 과거 시험 없이 관리직을 주던 관리 임용 제도인 음서제에 비유했다.

    이 대통령은 로스쿨 말고는 법조인 양성 경로가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가지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현 법조인 양성 제도를 근본적으로 흔들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사법고시 부활에 대해선 "사법고시를 폐지한 것이 민주당인데, 자기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일본처럼 '예비 시험' 제도를 도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 법원. ⓒ뉴데일리 DB

    ◆ 李대통령 "사법고시 부활 공감 … 로스쿨, 과거시험 아닌 음서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사법고시 폐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참석자가 로스쿨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법고시 부활을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로스쿨 제도가) 법조인 양성 경로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마침 (행사 시작 전)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도 사법시험 부활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다. 논란이 많다"며 "(로스쿨 제도가) 과거제가 아닌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잠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스쿨 제도가 이미 장기간 정착됐으니 폐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로스쿨 말고는 (법조인 양성 경로가) 없다. 꼭 이래야만 하냐.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사법시험 부활에 대해선 "정책으로 하는 문제는 사회적 격론이 벌어질 일이라 쉽게 얘기를 못 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공감한다"며 "어려운 주제여서 공식 의제로 논의하긴 쉽지 않지만, 말씀하신 것을 염두에 두고 검토나 한 번 해보자"라고 주문했다.

    현 로스쿨 제도는 ▲고시낭인 문제 ▲전공 다양성 부족 ▲실무교육 미흡 등 사법시험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도입됐다.

    2009년 25개 로스쿨이 개원했고 '변호사시험법'의 제정으로 2012년부터 사법고시의 대체 수단으로 로스쿨 졸업생들에 한해 시행됐다. 

    사법고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사법개혁 로드맵의 일환으로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017년 59회 시험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2018년엔 47기를 끝으로 사법연수원 과정이 종료됐다.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사시 부활, 자기 부정" "미·일처럼 예비시험제 도입해야"

    이 대통령의 '로스쿨 졸업생이 아닌 사람도 변호사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베이비 바(Baby Bar·미국)' '예비 시험(予備試験·일본)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베이비 바' 제도란 정식 변호사시험(Bar Exam)의 사전 단계라는 의미에서 앞에 '아기'를 뜻한는 '베이비(baby)'를 붙인 용어로 정식 명칭인 'First-Year Law Students’ Examination'의 비공식 약칭이다. 현재 미국 일부 주(State)에서 시행하고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이 시험에 합격하면 사법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예비 시험'이란 일본에서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합격한다면 사법 시험 응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자격 시험을 뜻한다. 공식 국가시험으로 '제2 사법시험'이라고도 불린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현행 법조인 양성 제도인 로스쿨 제도의 존립을 흔드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당이 도입했던 것이 로스쿨 제도인데, 법학 교육의 정상화라는 것이 완전히 무력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처음에 로스쿨 도입할 때 세무사·변리사·노무사 등 타 법률직종도 통합하겠다고 했었는데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로스쿨 제도가 아직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민주당의 '자기 부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차 교수는 "취지가 뭔지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민주당이 추진했던 제도를 스스로 없애는 '자기 부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고시 폐지는 고시 낭인 문제도 컸지만 사법고시 출신 법조인들이 아직도 사법비리, 전관예우 등 윤리적인 문제를 많이 보이고 있지 않느냐"며 "법조인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학교의 교육을 통해서 양성하자는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처럼 '예비 시험제'를 도입하는 것이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는 공식 입학 시험이자 정량 평가 기준이 되는 리트(LEET) 외에도 자기소개서·면접 등 정성 평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처럼 예비시험제를 도입한다면 이런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로스쿨 제도가 이른바 '있는 사람'들의 사법 등용문이 되는 음서제 폐단이 있다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수술하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