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개막 … 본회의서 국방 지출 합의 예정英 "나토 목표 맞출 것 … 美 전투기 12대 도입"獨, 국방비 4년간 3배↑ … 나토 목표 6년 앞서'줄라이 패키지' 도출 시한 임박李 대통령, 나토 불참해 정상회담 '불확실'
  • ▲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50624 AP/뉴시스. ⓒ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영국, 독일이 고관세율을 앞세운 미국의 무역협상에서 두 손을 들었다. '트럼프 관세'도 부담이지만,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과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 증명한 '힘에 의한 평화'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한국이다.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한·미간 정상회담이 언제 성사될지 기약이 없다. 미국산 전투기 15대를 도입하기로 한 영국처럼 선물을 한 아름 안겨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BC뉴스와 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일(이하 현지시각) 개막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튿날인 25일 오전 본회의를 개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2035년까지 국방비를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는 방안을 명문화할 예정이다.

    공동성명 초안에는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핵심 국방비 지출 목표를 GDP의 2%에서 3.5%로 상향 조정하고, 사이버 보안 및 군용 차량에 적합한 도로와 교량 건설 등 관련 분야에 1.5%를 추가로 지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의 새 기준대로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스타머 총리는 23일 낸 성명에서 "급격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응해 나토에 대한 헌신을 심화하고, 국가의 광범위한 안보 및 회복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영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3%였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유럽 자력 방위 강화 추세에 맞춰 이를 2027년 4월까지 2.5%, 차기 의회에서는 3%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영국 총리실은 새로운 나토의 계산법에 따라 영국의 국방비가 2027년까지 최소 4.1%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는 직접 군사비를 2.6%, 간접 안보 비용을 1.5%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간 더타임스는 간접 안보 비용에는 에너지 안보 인프라 프로젝트와 이주민에 대응한 국경 안보 강화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산 전투기 편대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더타임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F-35A 전투기 12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35A는 영국 해군이 이미 항공모함 전단에서 운용 중인 F-35B와 다른 기종으로, 미국의 신형 'B61-12 중력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특히 전술 핵탄두를 다량 보유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더타임스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 억지력에 대응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영국은 23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2025 보고서'를 통해 "우린 전시에 영국 본토가 직접적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러시아 침략이 우리 대륙을 위협하고 적대적 국가 활동이 우리 영토 내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했다.

    F-35A 편대가 도입되면 2008년 주영미군이 운용하던 핵무기가 철수한 지 17년 만의 영국 내 미국 핵무기 재배치다.

    영국은 핵무기 탑재 F-35A 편대를 나토 이중능력항공기(DCA)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유사시 나토 차원 작전의 일환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공군이 전투기를 운용하지만,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 핵계획그룹과 미국 대통령, 영국 총리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독일은 2029년까지 국방비를 올해의 3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전날 내각회의에서 국방비를 지난해 520억 유로(82조 원)에서 올해 624억 유로(98조4000억 원), 2029년 1529억 유로(240조9000억 원)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된 올해 예산안과 중기 재정계획을 의결했다.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올해 2.4%에서 2029년 3.5%로 늘게 된다. 직접 군사비 3.5%, 안보 관련 간접비용 1.5%를 합쳐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나토의 새 목표치를 6년 앞당기는 것이다.

    GDP 대비 국방비 3.5%는 동서 냉전 시절인 1975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29년 예상 정부 지출 5738억 유로(904조8000억 원)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한다.

    독일 재무부는 재정계획안에서 "독일과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안보를 스스로 보장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나토를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이 '트럼프 관세'와 미국의 방위비 증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기민한 대응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정상회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미국 측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도 서방 국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방위비를 지출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최근 한·미간 현안을 둘러싼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관세협상의 정상간 논의를 통해 양국 실무협상에서 원만하고 호혜적인 합의를 추동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기본 입장이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다음 달 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간상 매우 촉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게다가 중동발 정세 불안이 돌발 악재로 떠오르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불참해 두 정상간 만남이 언제 성사될지 기약이 없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이 한국을 향한 국방 지출 증액 요구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로 이어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나아가 북핵 문제를 변칙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커졌다.

    양국간 '줄라이 패키지'는커녕 통상과 안보를 연계로 한 주한미군 감축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관세율을 앞세운 무역협상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보여준 '힘을 통한 평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권세가 막강해지고 있는 만큼 관세와 방위비 등 전방위 후폭풍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같은 줄기에서 국방 지출 증액과 미국산 무기 수입 확대가 불가피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 잠수함 공동운영 등 국방 관련 기술 확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안보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필요에 따라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을 전개한다면 우리가 다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분담액을 늘리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전술핵 탑재 잠수함을 한·미·일이 공유할 때 방위비 분담금을 5~6배 올려주는 방식이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