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외신기자간담회서 '美 문화원 농성' 설명"참가 안 해 … 학생 대표로 美에 음식 공급 요청"본인 회고록에선 "점거 디데이와 세부 사항 전해 들어""즉각적으로 여론화 하고 각종 지지 집회 개최 준비"野 "전후 관계 확인 힘든 외신에 축소·왜곡 플레이"
-
-
-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외신에 1985년 대학생들의 미국문화원 점거 당시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가운데 당시 김 후보자가 사전에 점거 소식을 전달받고 지지 집회를 개최했다고 회고록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최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 측에 농성 참여 학생들을 위한 음식 공급을 요청했다고 설명했지만, 그는 회고록에서 사전에 상황실을 만들고 여론화 작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반미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외신들 앞에서 자신의 행적을 축소·은폐했다고 지적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992년 2월 역사비평에 실린 '내가 겪은 사건 미문화원 점거 농성과 서울대 총학생회장 시절'이라는 글을 썼다.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당시 김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전학련(전국학생연합) 의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1985년 5월에 있었던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에 대해 자세하게 회고했다. 김 후보자는 "나를 비롯한 전학련 중앙집행위 간부들은 농성 결행 며칠 전 각 대학의 투위책임자들로부터 디데이와 세부적인 사항 등을 전해 듣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농성이 시작되면 즉각적으로 이를 여론화하고 각종의 지지 집회 개최 등 후속 일정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며 "농성의 진행 경과에 따라서 현장 농성 학생들과 당국 간의 3각 대화 및 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 후보자는 "농성에 참여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등 5개 대학의 학생회장은 문화원 진입에 성공할 경우 곧 동서남북 각 지역에서 지지 집회를 열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를 비롯한 전학련 중앙집행위 간부들은 연세대 총학생회실을 '상황실'로 정해놓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곧 모여 논의하기로 했다.
김 후보자는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참여자들이 문화원에 진입하기 위해 문화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시간에 숭실대에서 열린 남부 지역 집회에 참석했다. 농성 참가자들이 미국문화원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 후보자는 연단에 올라 직접 농성 투쟁의 의의와 적극적 지원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이 개시되자 민주 운동단체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와 간부들은 연세대 상황실에 모여 지속적으로 상황 점검에 나섰다고도 했다.
야당에서는 김 후보자가 직접 밝힌 당시 행보가 사실상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후보자가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과 선을 긋는 듯한 발언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앞서 김 후보자는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우선 팩트체크를 해드리면 당시 그 농성에 참가하지 않았다"며 "저는 당시 대한민국 전체 학생 대표이자 서울대 학생회장으로서 농성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미국문화원 측이 음식과 물을 잘 공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24일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는 자신이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제가 미 문화원에 들어가질 않았다. 미 문화원에 들어갔던 학생들의 최소한 인권 내지는 먹을 것 물이 제공되는 것이 좋겠다 교섭하고, 그 당시 교섭을 중재했던 분이 현재 국민의힘에 속해 있는 인요한 의원"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점거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현했고, 그것 떼문에 그 사건에 함께 들어갔던 분들과 함께 구속됐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이 시점에 따로 사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통해 투명하게 소명하기보다는 매번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해 그때그때 해명하기에 급급하다"며 "외신들이 전후 관계에 관한 확인이 힘들다고 해서 농성 관련 해명을 비롯해 여러 의혹에 대해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축소·왜곡했다. 떳떳하다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증빙 자료들을 조속히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징역 5년 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3년간 복역한 뒤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사면을 받아 출소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