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USA에 중국관 부스 차려져 … 지난해와 사뭇 다른 풍경중국 바이오의 부상은 대대적 투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기반초대형 한국관 등 위상 높아졌지만 … "3~5년 안에 의미있는 발전해야"성장 위해선 네거티브 규제·재정지원·투자 활성화 분위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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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USA에 차려진 중국관 부스 모습. ⓒ조희연 기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행사에서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미국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불참했던 중국이 올해는 23개 기관 및 기업이 참여한 '중국관'을 꾸렸다. 규모는 작았지만 부스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술을 묻는 투자자, 파트너십을 타진하는 기업들로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나흘내내 북적였다.
지난해 중국 기업과 기관이 대거 불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올해도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 주요 기업들은 부스를 차리지는 않았지만 전시장 외부에서 파트너링 미팅 등 사업 활동은 지속했다. 중국은 현재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R&D 인프라, 규제 정비, 인재 육성 등 전방위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바이오의 부상은 파이프라인 숫자, 임상 건수, 대규모 투자 등 압도적인 숫자가 쉽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금의 위상을 만들었다. 바이오USA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신약 임상시험이 기대에 못 미쳐도 '실패'라는 프레임으로 매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패는 개발 과정의 일부로, 다음 기회를 위한 학습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 이유에서든 임상이 지연되거나 일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언론에 '임상 실패'라는 단어가 언급되기 시작해 실제 임상이 실패할 경우 연구진과 기업은 시장의 비난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솔직한 심정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환경은 결국 인프라와 투자에서 나온다는 결론이다. 중국은 매년 200억달러(한화 약 27조원)을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제조 분야에만 약 41.7억달러(약 5조6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밖에도 임상 승인 절차 간소화, 네거티브 리스트 도입 등 규제 완화가 함께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해 한국은 바이오USA에 초대형 한국관을 차렸다. 참관객 2만명 중 한국인 참가자가 1300명에 달할 정도로 열정도 뜨겁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과 규제환경은 우려스럽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바이오USA 현장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국의 바이오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 바이오산업이 3∼5년 내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때다. 위험한 몇 가지 항목만 명확히 규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정부의 일관된 재정 지원과 민간의 투자를 이끄는 분위기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 도전하는 기업은 비판보다 응원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바이오 산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도전과 실패, 재도전을 반복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않다.

조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