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24~25일 나토 불참 최종 결정 중동 정세 불안·트럼프 불참 가능성 영향'중·러 외교 중시' 자주파 입김 관측도 "자주파 아닌 '기분파'에 휩쓸려 … 위험 신호"
  •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과 국내 현안 대응 필요성"을 이유로 들지만, 정작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대통령실 '자주파'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주요 7개국(G7)에 이어 또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무산되면서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미 외교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예고했던 나토 참석 관련 공식 브리핑을 돌연 취소한 뒤 같은 날 저녁 "국내 현안 대응과 중동 지역 불안정 상황을 고려해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불참 발표가 있기 전날만 해도 대통령의 나토 참석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윤석열 정부가 나토 회의에 매년 참석한 가운데, 외교적 연속성을 기반으로 실용 외교를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도 부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같은 이유로 지난 G7 정상회의 참석을 불과 취임 12일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최근 미국이 감행한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대통령실이 이를 국내외적 외교 부담 요소로 판단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G7 회의 도중 조기 귀국한 데 이어 나토 참석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러 자극은 피하자'는 자주파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주파는 중국·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중시하고, 나토 참석이 이들 국가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자주파 좌장으로는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꼽힌다. 그는 북한 연구 학자 출신으로, 과거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햇볕정책'을 주도했다. 당시에도 이 원장은 자주파로 분류됐고, 한미연합사 체제에 있는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환수하겠다는 내용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 행사'를 두고 동맹파와 충돌한 바 있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라면 향후 미국과의 신뢰 구축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맹국과의 관계보다 북·중·러와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 행보로 읽혀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반대한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새 정부 외교 방향성에 대한 미국 측의 노골적인 경계 신호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외통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가 그간 우려됐던 대로 북·중·러 눈치를 너무 심하게 보는 것 아니냐"면서 "나토 불참을 통해 우방국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나토 불참, 이재명 정부 외교 정책을 이른바 '대미 자주파'가 주도하겠다는 공개 선언 같다"며 "2025년 블록화된 국제 정세 하에서 그런 실리도 국익도 버리는 정책은 '자주파'라기보다 '기분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영임 개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번 불참 결정에 여권 내 '자주파'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한미동맹보다 자주국방'을 외치는 80년대 운동권 출신 외교관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의 조언에 대통령이 휘둘렸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다만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자주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동맹파로 분류되지만, 과거 참여정부 때만큼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며 "나토 참석을 두고 양측이 충돌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한미 간 첫 정상회담도 기약이 없어졌다. 대통령실은 G7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무산 후 나토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상견례가 성사되기를 기대해 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직접 가서 양자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가'라는 질문에 "다방면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어느 정도 추진이 구체화하거나 혹은 방안이 나오면 국가안보실 측에서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