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정부 부처 업무 보고 중단에전 정부 '공무원 군기 잡기' 논란 일어野 "전형적인 망신 주기 … 의혹 해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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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인수위원회 역할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재보고를 받기로 한 결정을 두고 '공무원 군기 잡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한주 국정기획원장은 "업무보고 중단 사유가 과거 정부에서 어떻게 했다는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으나 공직 사회에서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특히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 행태를 비판한 이 위원장이 정작 자신과 관련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남아있어 "어불성설"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국정위에 따르면, 오는 25일과 25일 각각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검찰과 방통위는 지난 20일 "대통령 핵심 공약 내용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다"며 국정위 업무 보고가 중단됐다. 검찰청, 방통위, 해양수산부 등 3개 기관은 국정위 재보고 대상이다.
국정위는 검찰청이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및 검사의 기소권 남용 통제 방안 등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누락된 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을 맡은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식적 요건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불성실한 보고였다"면서 "대검찰청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이 대통령 공약은 결국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문제"라고 밝혔다.
방통위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실패에 대한 반성과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방통위 1·2인 체제의 의결 과정 등을 두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지난 20일 업무 보고를 앞두고 해수부 부산 이전과 관련한 자료가 유출돼 중단됐다. 국정위는 재보고 대상인 부처 외에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대해 서면으로 추가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국정위가 '국정 이해도 부족'을 들며 재보고를 요청하자 공무원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정위가 업무보고를 진행하면서 공개적으로 정부 부처를 질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전 정부에 대한 적폐몰이를 시작한 것"이라며 "민주당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본보기를 보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이 대통령의 국가정책위원회가 '윤석열이 임명한 장관들'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은 어색하다. 논리적이지도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고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지난 정부 3년 동안 이완된 국정 운영 상태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의 손을 잡고 함께 열심히 하자는 차원에서 미흡한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위는 이번 주부터 국가 비전과 정부 조직 개편, 조세·재정제도 개편, 인공지능(AI)·과학기술 육성 등을 다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방통위가 윤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민주당과 충돌을 이어온 부처인 만큼, '업무보고'를 이유로 망신주기를 벌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 오히려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배우자와 함께 아파트·재개발 지역에 투기성 투자를 하고, 상가도 여러 채 사들여 약 30년간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을 거뒀다. 아울러 2005년 어린이날 당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던 이 위원장 두 아들이 서울 영등포구의 상가를 한 호씩 사들였다는 의혹도 함께 터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입장문에서 "저나 가족이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했던 부동산 전체를 투기 혹은 부의 대물림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고의적 증여세 탈루 등의 불법 행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부동산 의혹과 관련 신변이 정리되지 않은 인물이 부처 공무원들의 기강을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전임 대통령 밑에서 일한 공무원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야당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배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