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자신의 홈페이지 글에서 盧 비판"책임 전가 盧 수법, 민주주의 수호 주장 위선""新 PK 지역주의 책임 盧가 져야""盧 같은 대통령 다신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李 대통령 "盧 길이 제 길 … 대동세상 만들 것"과 판이
  •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꿈더하기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일자리 현장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권의 '성역'으로 평가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재벌 돈 받은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을 '다신 나와선 안 되는 대통령'으로, 그를 도운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얼치기 좌파'라고 지칭하며 비판했는데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노 전 대통령의 길이 자신의 길이라며 "모두가 잘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퇴수일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실었다. 퇴수는 조용히 물러나 내공을 닦는다는 의미로, 김 후보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들은 말에서 착안해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 후보자는 정치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 

    김 후보자는 2007년 5월, 11번째 퇴수일기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제목은 '구국의 결단', 부제는 '정치인 노무현에게'였다. 

    그는 "국민은 노무현 같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같은 정당이 다시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선에서 승리하고, 혹 실패하더라도 제1야당으로 살아나고 싶다는 노 대통령의 기대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문화혁명과 같은 얼치기 좌파의 사이비 개혁 노선으로 국민의 염증을 불러온 친노 세력도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니다"라면서 "지난 5년간 노 대통령이 해온 식의 국정 운영이 연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공고히 한 대통령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정치는 신(新) PK(부산·경남) 지역주의, 분파주의, 책임 전가, 준비 부족, 독선의 5대 특징으로 종합된다"며 "신 PK 지역주의는 고향에서 비주류로 일관한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의 정치적 금의환향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가 뭐래도 지난 5년간 이 나라에서 지역주의가 심화된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 전가는 노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수법"이라며 "집요하게 기득권에 집착하면서도 끊임없이 남들이 자신을 흔들었다고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자파(自派) 세력을 결집시키고 국민을 기만했다. 민주주의 원칙을 철저히 수호해 온 것처럼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그래서 위선"이라고 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인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참여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 자체가 부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노 대통령의 진정한 문제점은 좌냐 우냐가 아니라 장시간 깊이 있게 학습된 일관성이 없는 점"이라며 "지난 5년간 국민의 정치적 학습의 결론은 이제는 실력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독선과 도덕 우월주의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 후보자는 "다른 모든 정치인과 세력을 원칙과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노 대통령은 그렇게 원칙적이고 깨끗한가"라며 "그도 재벌의 돈을 받았다. 자신이 도덕적 기준선으로 억지로 설정한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상의 대선 자금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선을 고집한다면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후 18대 국회 청문회에 서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게도 공이 있지만 문제는 과가 공보다 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그 이전부터 노 대통령이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정도가 심했다"면서 "비록 나와 늘 사물을 보는 방법론이 달랐지만 바보 노무현의 진정성을 진심으로 믿고 싶다"고 했다.

    2007년 2월 퇴수일기 8회 '승자의 조건, 시대정신과 내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다. 

    김 후보자는 "국민은 노 대통령에게 시대정신을 실현할 기회를 줬지만 결국 '지도자의 무능과 불안정이 수구보다 나쁜 독선과 사회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학습해야 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글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정통성을 흔드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양문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한 2008년 칼럼이 알려지자 당내에서 비판을 받고 공개 사과했다. 양 의원은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 회의실에 걸어 놓고 있다. 매해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은 여권 전체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행사 참석을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개인의 안위보다 정의를, 타협보다 원칙을 고집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 제 길이 됐다"면서 "노무현은 없지만 모두가 노무현인 시대, 깨어있는 시민들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