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회, 해협 봉쇄 승인…국가안보위 결정 남아루비오 "전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자살행위…경제에 악영향""中,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이란에 연락해 봉쇄 막아야"봉쇄시 유가 최대 130달러 전망…"여전히 대화에 나설 준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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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보고하고 있다. AP/뉴시스. ⓒ뉴시스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추가 군사대응에 나설지를 묻는 말에 "그런 행동은 전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자살행위가 될 것이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세계 경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AP통신과 CBS TV 등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대통령의 선택지를 제한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중국 측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아야 한다. 그들은 석유를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베이징이 (이란에) 연락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의 발언으로, 향후 미국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란 국회는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명백한 침략행위'로 규정하면서 보복에 대한 국내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로 결의안을 승인했다고 프레스TV와 걸프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번 결의안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이란 국방 및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안보회의(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에서 내려진다고 이들 매체는 부연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결의안 가결이 즉각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뜻하지는 않으며 방어적 차원에서 옵션을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역내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지만 실제로 막은 적은 없다.
국회 국방안보위원회 소속 모하마드 하산 아스파리 의원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건 이란의 명백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적절한 시점에 행동에 나서겠다"고 발언했다.-
- ▲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 AP/뉴시스.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에, 좁은 곳은 폭이 약 50㎞ 정도에 그치지만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막대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운송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배럴로,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올 1분기 들어서도 이 같은 운송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전세계 석유 해상운송량과 비교해서는 전체 운송량의 4분의 1가량이 이 해협을 관통해 운반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세계 해상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 유럽 등 주요 수입국을 포함한 세계 에너지 시장에 극도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나 이란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공급이 크게 줄어 전세계에 '오일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6월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시작된 이래 브렌트유는 11%,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0% 각각 상승했다.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건은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자본시장은 현재 일요일 밤으로,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주말 배럴당 77.01달러, WTI 선물은 배럴당 73.8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CBS방송에서 이란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협상을 재차 제안했다.
그는 "향후 전개는 전적으로 이란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이란이 외교의 길을 택한다면 우린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이는 이란 국민과 세계 모두에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를 선호하고 있으며 공격 전에도 우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란이 '대화하자'고 연락해 온다면 우린 바로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란이 다른 길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후과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