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무장 중인데, 한국군은 아직 완전작전능력(FMC) 미달""전작권 환수, 한미연합 억제체계 약화·주한미군 철수론 불씨 우려"
  • ▲ 지난 4월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이 진행중인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국군 장비부대가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뉴데일리DB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단행하며 국제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국방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군사 현실을 무시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작권 환수는 단순한 지휘권 회복이 아닌 실제 억제력과 연합 작전의 작동 여부를 가르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의는 최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방부로부터 받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확인됐다. 국정기획위는 전작권 환수를 '단계적 추진'하되 임기 내 완료를 목표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권은 물론 군사 전문가들까지 "군사 능력이 미비한 상황에서 정치적 실적을 앞세운 위험한 접근"이라고 일제히 경고하고 있다.

    ◆ "지휘권 환수 아닌 연합 억제력 해체 우려"

    전작권은 전시 상황에서 작전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의미하며, 현재는 한미연합사령부의 미군 4성 장군이 연합군을 지휘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전략자산이 자동으로 연동되는 억제 구조를 의미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작권 전환은 시점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라며, 이재명 정부의 조기 환수 방침은 "억제력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행 조건 기반 전환 원칙을 무시하고 조선·방산 협력을 지렛대로 삼는 외교 방식은 안보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고 직격했다.

    정작 미국은 전작권 환수와 관련한 조건 충족 여부뿐 아니라, 동맹국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까지 연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확대하라는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백악관은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전작권 환수 문제는 단순한 자주권 문제가 아니라 방위비 협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과 함께, 주한미군 감축·전작권 조기 환수 압박이 병행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전작권을 정치적으로 서두르면, 협상 테이블에서 오히려 한국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작권 환수가 미국에 의해 '한국이 독자 방어 가능하다'는 논리로 해석될 경우, 미군 철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 한국군, 여전히 FMC 미달 … "군사능력보다 정치일정이 우선?"

    군사적으로도 한국군은 아직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측 테스트에서 초기작전능력(IOC)은 통과했으나 FOC(완전작전능력), FMC는 미달 판정을 받으며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교훈 삼아 군사 능력 충족을 전제로 전작권 전환 기조를 유지했다. 그 결과 FOC는 조건부 통과했지만, 핵 대응 능력과 전략자산 연동체계 등을 포함하는 FMC는 2025년 현재까지도 미달 상태다.

    FMC의 핵심은 두 가지다. 북핵·WMD 도발에 독자 대응 가능한 ISR(정보감시정찰) 체계와 전략자산 연동을 포함한 다국적 작전 통합 능력이다. 이 두 항목은 현재 한국군이 한미연합체계 없이 독자 수행하기엔 여전히 미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주 국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작권 환수가 자주를 실현하기보다 오히려 외교적 고립과 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전 대표는 "유럽 국가들이 자존심이 없어서 나토 전작권을 미국에 맡긴 게 아니다"며 "자주보다 중요한 건 생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작권 환수는 감정이 아닌 전략과 실력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며, 준비되지 않은 환수는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의 논란은 단순히 '지휘권을 누가 갖느냐'가 아니라 '미국이 언제 개입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억제 구조의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정치적 임기 내 성과를 앞세워 무리하게 전작권 환수를 추진할 경우, 그 손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

    전작권은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 능력과 신뢰가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된다. 안보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의 선택이 지휘권의 환수가 아닌, 억제력의 해체로 귀결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