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기반 제작 … B-2 스텔스로만 운반 가능무게 13t·길이 6.2M … 지하 100m까지 포격김정은, B-2 한반도 상공 나를 때마다 극도 긴장北, 이번 이란 공습에 핵 개발 전략 수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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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GBU-57F/B 대형관통폭탄.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밤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대국민 연설 형식으로 생중계된 발표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정밀 타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서 이같은 공격 내용을 전했다.
그는 이번 공격 대상이 이란 내 핵시설 3곳이라고 밝히며, 이 중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는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포르도(Fordow), 나탄즈(Natanz), 에스파한(Esfahan)에 대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나 귀환 중"이라며 "주요 표적인 포르도에는 폭탄을 전량 투하했다"고 했다.
CNN 등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공습에서는 총 12발의 GBU-57 벙커버스터가 이란 핵시설 3곳에 투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도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서 가장 깊은 곳에 매설된 핵심 농축시설이다. 이란 핵시설 중 가장 보안이 철저해 공격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거론된다.
GBU-57은 지하 100m까지 파고들 수 있으며 길이 6.2m, 무게가 3만 파운드(약 13.6t)에 이른다.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미 공군은 B-2에 'GBU-57' 벙커버스터 2발을 탑재해 성공적으로 시험 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래 B-2 제원상 최대 탑재 무게는 4만파운드(약 18.1t)지만, 시험비행 당시에는 27t에 육박하는 폭탄을 실었다는 뜻이다.
B-2는 연료 보충 없이 7000마일(약 1만1000㎞)을 비행할 수 있다. 연료를 한 번 보충할 경우 비행가능 거리는 1만1500 마일(1만8500㎞)까지 늘어난다. 전세계 대부분 지역에 몇 시간 내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1대당 제조가격은 3조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으로 제작된 GBU-57은 이란의 산악 지역 포르도의 지하 깊숙이 건설된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무기로 여겨진다.
벙커버스터의 폭발력은 소형 핵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해,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면 지하 시설들을 상당수 무력화할 수 있다. 벙커버스터는 이란 이전에 북한을 겨냥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핵시설을 비롯한 대부분 군사시설 또한 지하 깊은 곳에 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개입 전까지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약 400킬로그램 갖고 있다는 점과 핵 포기 의지를 보이지 않자 '핵 시설 무력화'라는 카드를 꺼낸 것을 보인다. 이란이 가진 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 9기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계속 생산하고 있으며, 핵무기 수준에 근접한 물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이번 포르도 핵 시설 공습에 벙커버스터 12발을 사용하고, 다른 핵 시설에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투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핵 개발 무력화와 핵 억제 차원에서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SNS에서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고 강조했다.-
- ▲ 2023년 공개된 벙커버스터 'GBU-57'. ⓒ미 공군 제공 / AP 연합뉴스
북한에는 포르도 같은 핵농축 저장시설이 평안북도 영변과 평양 인근 강선 등에 있다. IAEA는 최근 영변에서 새 농축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IAEA는 북한의 핵 개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벙커버스터를 이용한 포르도 타격을 통해 북한 핵 개발 강행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이다.
나아가 북한의 경우 이번 미국의 포르도 공습으로 인해 지하 핵시설 안전에 대한 전략 수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 100m까지 초토화시키는 벙커버스터 파괴력이 부각되면서 북한 김정은 체제에 위협적인 무기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6·25전쟁으로 '공중 폭격'의 위력을 실감한 북한은 '전 국토의 요새화'를 목표로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건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지휘부의 은닉 시설은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있고,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생산·저장 시설 역시 깊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이전부터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공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영변, 강선 외에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핵 개발 시설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공습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 중이라 주장하는 만큼, 한반도 내 복잡한 외교·안보 지형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직접 타격 가능성은 '시나리오'에만 그칠 수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벼랑끝 전술을 쓰면서 핵 개발을 이어가고, ICBM 등으로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위치를 파악한 뒤, 벙커버스터를 통해 선제적으로 괴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정은은 반격의 힘을 쓰지 못한 채 괴멸 수순에 이를 정도로 벙커버스터는 치명적인 무기다. 김정은이 B-2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나를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표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GBU-57에 버금가는 위력의 미사일은 우리나라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최초 공개된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기 위한 미사일로, 탄두 중량을 줄이면 IRBM(사거리 3000∼5500km)급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미사일의 통상적인 탄두 중량인 1t을 기준으로 하면 현무-5의 사거리는 5000km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으로 만들어진 현무-5는 북한의 남침 상황이 발생할 시 평양 내 핵심 표적과 지하화된 지휘부 시설을 초토화시키는 핵심자산으로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와 '대량응징보복'을 합친 개념이다.

배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