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은 어디로 … 통과 위한 레드카펫 깔아주나"뜬금없는 계엄 증인 요구로 합의 불발 유도하나"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인사청문회 무용론도野, 제출 의무 강화 위한 '김민석 방지법' 발의
  •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차를 마시고 있다.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자칫 후보자를 위한 '정치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등 각종 의혹에도 여권의 철통 방어가 이어지자 자질 검증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냥 의혹에 불과하다"면서 논란을 축소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 채택은 반대하면서 돌연 12·3 비상계엄 관련 질의를 구실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전 정부 인사를 증인 명단에 포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코앞에 앞둔 여야는 김 후보자의 논란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와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의혹을 받는 증인들과 김 후보자 아들의 미국 사립대 유학 경비 등 자금 출처와 관련해 김 후보자 전 부인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여당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청문회 증인 명단에 포함하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관련 질의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에 각종 의혹에 연관된 증인 채택 대신 비상계엄 증인 요구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준영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간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타기를 넘어 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며 "이토록 기괴하고 혼탁한 청문회를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인청특위 여야 의원들은 지난 20일에도 증인·참고인 협의를 이어갔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공회전을 거듭했다. 국민의힘 측 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증인 없는 청문회가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청특위 위원들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 전처의 공공기관 낙하산 의혹과 장남의 청심국제고 진학을 위한 변칙 전학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국민의힘 위원들은 증인 명단과 관련해 "저희가 마지막 제출한 협상 리스트에는 (김 후보자의) 가족이 없고, 전처도 합당한 자료만 내면 부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면서 "전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꼭 넣자고 제시했음에도 (여당에서)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회를 맹탕으로 끌고 나가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이 비상계엄 증인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증인 없는 청문회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면서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하고 불법 정치자금과 사적 채무, 가족 특혜 등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비상계엄 관련 질의를 핑계로 전 정부 인사들을 소환하겠다는 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발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합의 불발로 증인 한 명 안 세우고 청문회를 요식행위로만 진행하겠다는 의도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공룡 여당이 버티고 있고 대통령이 방어해주니 자동 임명은 정해진 결과인 것처럼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첫 외국 방문 차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 안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의 재산 관련 등 의혹에 대한 논란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후보자) 본인에게도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는데 본인이 충분히 다 설명할 수 있는 그냥 의혹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김 후보자를 엄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힘의 '흠집내기'가 도를 넘었다"면서 인사청문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인사청문회법 내용과 관련해 본지에 "인사청문회를 윤리검증청문회와 역량검증청문회로 나누고 윤리검증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김민석 방지법'을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과 자녀 학비 출처, 중국 칭화대 석사 학위 취득에 관한 의혹 등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요구한 94건의 자료 중 단 몇 건만 김 후보자 측이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방지법'에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때 출입국·외국환거래에 관한 사항 등을 의무 제출하도록 첨부 서류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직 후보자 본인에게도 국회 자료 제출 의무를 명확히 부과하도록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질 검증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료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나 관계 기관의 비협조로 청문회가 공허하게 끝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