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사위 '이스타 특혜채용' 뇌물수수 혐의 기소文·이상직, 울산지법·전주지법 이송 요청…法 불허재판부 "'대향범' 사건…신속·공정 재판 위한 결정"文, 기소 직후 "검찰권 남용 교과서" 檢 공격해文, 朴·李·尹은 안 한 '국민참여재판' 신청도법조계 "'법원 쇼핑''검찰 압박''여론 재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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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화의 힘 평화의 길’ 기념식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기소 단계부터 "검찰권 남용의 살아있는 교과서"라며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다. 또 ▲재판 출석 부담 ▲경호상 문제 ▲국격 악영향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심리가 중앙지법이 아닌 울산지법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지법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한 사건 이송 신청을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해 중앙지법에서 진행하겠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이 사건 이송을 불허하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또 사건 이송을 재차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문 전 대통령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 것을 두고 "여론 재판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사 단계에 비협조로 일관하다가 기소되자 검찰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건 이송 신청을 하는 것은 "법원 소핑하려는 것"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 ▲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 文, 이상직 정부기관 이사장 앉히고 뇌물 수수한 혐의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오른 뒤 그가 실소유한 태국계 법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가 전무이사로 취업시킨 후 서씨의 급여 등의 명목으로 약 2억 1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서씨는 과거 게임 회사에서 일한 경력 외에는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그가 임원으로 입사하는데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항공사 채용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중진공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 중 하나로,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다. 중진공 이사장은 ▲중진공 내에 설치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이사장 후보자를 심사하여 추천하고 ▲추천을 받은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제청한 후 ▲대통령에 의해 최종 임명된다.
검찰은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 청와대가 중진공 이사장 후보 3명을 검증하는 과정에 참여한 실무진으로부터 "당시 이 전 의원은 '부적격하다'고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후보 3명 중 한 명은 아예 검증을 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검증 도중에 중단했다고 한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취업으로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으므로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천만 원(416만 바트), 주거비 명목으로 6천500만 원(178만 바트)을 받았는데, 이는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대통령경호처 등이 다혜씨와 서씨의 해외 이주에 개입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 검찰. ⓒ뉴데일리 DB
◆ 文측, '사건 이송' 신청 … 法 "신속·공정 재판 위해" 불허
앞서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사건을 각각 울산지법과 전주지법으로 이송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이 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이 낸 사건 이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문재인·이상직)에 대해 이른바 대향범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있고, 울산 또는 전주 어느 한쪽으로 이송해도 그 신청 목적에 달성하지 않으므로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법원의 재판 설비 및 지원 현황, 언론 접근성 등에 비춰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해 중앙지법에서 재판하는 게 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고령인 문 전 대통령이 주거지에서 4~5시간 걸려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점 ▲경호상 부담 ▲전직 대통령이 출석할 때마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국격에 악영향 끼칠 가능성 등을 제시하며 사건 이송 요청을 재차 재판부에 요구했다.
또 두 피고인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나와 유무죄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내는 방식이다. 재판부는 "다음 준비기일에 참여재판 진행 여부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법원 쇼핑' '여론 재판' 안 돼"
법조계에선 '피고인만의' 재판 출석 편의를 위해 사건이 이송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국민참여재판은 '여론 재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청이 기각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증인들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역차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법원 쇼핑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울산지법은 작은 법원이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지지자들이 몰려 다른 재판이 '올 스톱'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선 "피고인들이 전직 정치인인 만큼, 정치가 법리 해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유무죄를 떠나 배심단과 재판부의 시각이 엇갈렸을 때 재판부가 공격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론 재판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의 조사 요청에 대해 사실상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수회에 걸친 조사 기일 협의에 무대응했고, 2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며 "문 전 대통령 측이 서면조사를 요청해 검찰에서 질의서를 송부했으나 답변서를 미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억지 기소라며 억울해하는 사람이 수사엔 불응했던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해선 "같은 당 후배 이재명 대통령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분위기를 배심원들을 통해 혜택을 얻겠다는 '꼼수'가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뇌물 혐의를 받는 일반인이 피의자로서 수사단계에서 비슷하게 했다면 수뢰한 금액이 2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곧바로 체포영장이 나왔을 사안"이라며 "'특혜' 논란이 나올 만큼 검찰이 봐줬다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억지 기소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한편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 1일 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도입됐다. 문 전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해당 제도 도입 후 ▲박근혜 전 대통령(2017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2018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2025년 1월)이 형사 기소됐지만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