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세계개발자회의서 AI 혁신 못 보여줘"차린 것 없어 … AI 잔치 못 껴" 월가 혹평삼성, S24부터 AI 폰 선도 … 잇따른 혁신1030도 하드웨어·AI 인정 … 마케팅 혁신 절실
  • ▲ 애플이 10일(한국시간)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25)에서 경쟁사보다 뒤처지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내놓자 삼성전자가 애플 인텔리전스를 향해 '귀엽다'며 조롱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다.ⓒ삼성전자 엑스 갈무리

    갤럭시 S25 울트라를 샀다.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 12프로가 고장난 것도 아닌데. 20년 만의 안드로이드 핸드폰이다. 대학교시절 아이폰 4S를 처음 접하고 20년간 아이폰만 사용하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이폰에 애플워치, 에어팟, 맥북까지 소유한 진성 앱등이(애플에 대한 추종 행위가 필요 이상으로 심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가 갤럭시로 갈아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애플이 더이상 과거와 같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최근 막을 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도 인공지능(AI)과 관련, 그렇다 할 전략을내놓지 못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애플이 선보인 AI 기능은 개발자들이 인터넷 연결 없이도 기기내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 실시간 음성 통역 기능, 그룹 채팅의 투표나 배경 꾸미기 기능 등에 불과했다. AI폰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일부 개선되는 정도에 그쳤다.

    오죽하면 월가 큰손인 로스 거버가 “차린 것도 없는데 왜 이런 행사를 여는지조차 이해가 안된다. 애플은 AI 잔치에 끼지도 못했다”라는 혹평을 남겼다. 삼성전자 미국법인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AI가 애플워치에 이제 적용된다고?귀엽네”, “실시간 번역이 처음이라고? 어서와! 우린 예쩐부터 실시간 통번역을 했어”라는 등 조롱 섞은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초 선보인 ‘갤럭시 S24’시리즈부터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AI가 스마트폰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애플이 크게 뒤처지는 모습이다. 시장 반응도 냉랭하다. 이례적으로 WWDC 개막 첫날 애플 주가는 전날 대비 1.39% 하락 마감했다. 올해 들어 애플의 주가는 나스닥 상승률 8.9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26%에 그쳤다. 장점으로 꼽혀온 특유의 폐쇄성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가을 아이폰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던 음성비서 ‘시리’의 업그레이드는 두 차례 이상 연기된 상태다. 개선된 ‘시리 2.0’은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애플이 현재 타이머 설정이나 전화 걸기 같은 일반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시리 엔진과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시스템의 충돌로 기술적 난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AI 관련 허위광고로 집단소송까지 당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갤럭시 S25’, ‘갤럭시 S25 엣지’, ‘갤럭시 Z 폴드·플립7(7월 공개)’ 등으로 잇따라 혁신을 선보이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선보인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개인화한 AI 기능으로 사용자 경험을 확대했으며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S21 시리즈와 갤럭시 Z 폴드·플립3까지 등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했다. 아재폰이라 불리던 갤럭시의 대반전이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S25 엣지의 경우 AI기능과 슬림화한 폼팩터로 1030세대의 맘을 사로잡는데도 성공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닷컴에서 진행한 국내 사전 판매에서 구매자 절반이 10~30대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았다. 때맞춰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엣지 모델을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 아이돌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필릭스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도 펼치고 있다.

    AI 기능만 놓고 보면 이미 삼성전자가 훨씬 앞섰다. 반박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미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의 아재폰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SNS 등을 통해 보면 갤럭시 S25 엣지의 카메라 성능, AI의 기능은 오히려 1030세대가 먼저 반응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1030세대에게 통하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들 세대는 새로운 기능에 친숙하고 써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기술적 초격차를 이룬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갤럭시를 쓰는 친구들에게’라는 콘텐츠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곡을 하는 유튜버가 우연찮은 기회에 갤럭시를 쓰게 되며 느끼는 감정과 장점을 진솔하게 표현한 노래다. 조회수는 76만회를 돌파했으며, 삼성전자 공식계정이 ‘WoW’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댓글을 보면 “갤럭시 홍보문구로 쓰면 아이폰보다 힙할거 같다”, “이보다 더한 갤럭시 바이럴이 있을까”, “나도 이제 갤럭시 써야겠다”, “갤럭시를 쓰는 제가 너무 자랑스러워졌다” 등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제품의 혁신을 잇는 마케팅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