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국방장관·개버드 DNI 국장, 경험 부족으로 핵심 참모진서 배제""합참의장과 중부사령관이 군사 논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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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 출처=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미국이 개입할 지 여부를 두고 장고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송 진행자 출신 국방부 장관보다 경험이 풍부한 군 고위급 장성들에게 더 의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군사 정보를 사적 메신저에 유출한 이른바 '시그널게이트' 전력까지 더해져 이번 논의에서 사실상 '패싱'되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 공격 여부와 관련한 결정에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헤그세스 장관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사실상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원인은 경험부족으로 꼽힌다. 두 인사는 지명 때부터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5세인 헤그세스 장관은 주 방위군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으나 중요한 군사 정책에 참여한 경험은 전무하다. 그는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보수 스피커'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으로 취임한 뒤에도 국방 현안보다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등 보수 진영 어젠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44세인 개버드 국장은 육군 주방위군으로 활동했고 현재 예비군 중령이다. 그러나 미국 내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 국장을 맡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의존하고 있는 참모들은 군 관련 경험이 많은 '1급 참모'들로 J.D. 밴스 부통령, 댄 케인 합참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다.
WP는 3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근 미국이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것을 돕고, 중동 지역의 미국 자산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보다 케인 합참의장과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에게 더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 4성 장군인 쿠릴라 중부사령관과 케인 합참의장이 군사적 선택지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자들은 이 두 장군이 헤그세스 장관과 국방부 참모들을 대체로 건너뛰고 있다고 말해 국방장관 '패싱' 사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쿠릴라 사령관은 이란이 대리 세력을 통해 중동 지역의 미군을 여러 차례 공격해온 점을 들어 이란에 대한 공격적인 대응 전략을 지지해왔다. 다만, 이란 공습과 관련해서는 균형을 지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미국이 개입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한편, 공습이 초래할 수 있는 2·3차적 효과도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과 개버드 국장은 경험 부족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게 된 언동으로 이번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후티 공습 계획을 사적인 메신저 채팅방에 공유해 정보를 유출한 '시그널게이트' 논란을 일으켰다.
개버드 국장은 미국의 핵 폭탄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일본 히로시마에 출장을 다녀온 뒤 온라인에 올린 영상이 문제가 됐다. 그는 영상에서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핵전쟁에 따른 전멸의 위기에 근접해 있으며, 정치 엘리트들과 전쟁광들은 아랑곳 않고 핵 강대국 간의 공포와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개버드 국장을 향해 "난 그 영상을 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란 관련 논의에서 자신들이 배제됐다는 WP의 보도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과 개버드 국장의 대변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