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투성이 '기후+에너지'부 … 공무원만 늘리는 '옥상옥' 우려'기후' 앞, 작아지는 발전·정유·석화·철강 등 모든산업 살펴야GX(그린전환) 전략·펀드, 세제 혜택 등 '성장 기회'로 접근하는 日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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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미지는 ChatGPT(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이재명 새 정부의 5년 로드맵을 구축할 국정기획위원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조기 대선으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직을 시작한 만큼 사실상 인수위 역할이다. 이에 따라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부 조직개편 역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한 바 있다. 앞으로 신설될 '기후+에너지'부는 그동안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맡아 오던 것을 떼 내 또 다른 조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후와 에너지라는 상반된 두 분야를 두고,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게 되면 자칫 '옥상옥'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게 산업계의 시선이다.
게다가 기후에는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정유,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 디스플레이, 해운 등 거의 전산업 분야와 연결되다 보니 '환경부+기후에너지부', '산업부+기후에너지부' 등 이중 규제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그동안 정책과 규제와 관련된 문제는 각각 환경부와 산업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부분을 신설되는 또 다른 부처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일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촌각을 다투는 투자 등 기업경영 과정에서 또 하나의 걸림돌이 생기는 셈이다. 낭비일 뿐만 아니라 번거롭다.
특히 환경부와 산업부, 즉 기후와 에너지의 경우 '케미'가 좋지 않은 대표적 정부 부처로 단기간에, 아니 이 대통령 임기 중인 5년 안에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 어긋나는 부분을 살펴보자. 기후 분야에서 '온실가스 저감'과 '대기오염물질 제거'는 서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쪽이 높아지면 다른 한쪽이 낮아지는 풀기 쉽지 않은 숙제다.
공장 운영 과정에서 대기오염 유발 물질은 플레어스택(flare stack)이라는 공정배출가스 처리시설을 통해 차단된다. 공정 중 비정상적인 압력상승으로 배출되는 물질을 가연성 가스를 점화해 높은 온도로 태우는 방식이다.
'SOx(활화합물)'의 경우 석유 등 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시설과 운송 수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 대기 중 수분과 만나 황산(H2SO4)을 생성하게 되고 산성비와 미세먼지의 원인이 된다. 모든 공장과 발전소 굴뚝에는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짜리 탈황장치가 장착됐고, 실시간으로 환경부에 모니터링된다. 이미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상태다.
플레어스택이 비정상가동 되면, 짙은 매연은 물론, 다량의 CO, 고분자 탄화수소가 배출되며, 불완전연소될 경우 옅은 화염과 미연소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발암물질)이 대기중에 배출되게 된다.
여기서 서로 서로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플레어스택(가스연소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열로 태워야 하는데, 발열량을 높이기 위해 연료를 추가하면 온실가스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발열량을 높여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고, 기후 에너지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두 부처 사이 기업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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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미지는 ChatGPT(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산업 대부분이 기후 관련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모순적 상황은 모든 산업에 걸쳐 있다.
에너지라는 안보 측면의 규제에 기후 관련 탄소중립 측면의 규제까지 강화되면 산업 활성화가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정유-석유화학, 철강-자동차 등 유기적으로 연결된 비즈니스 분야 간 소관 부처 분리로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기업들은 기업은 정부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탄소중립은 국가가 강제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기존 규제 중심 정책으로는 더 이상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산업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미래 경쟁력 확보의 중요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물론,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 위주의 정책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모순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미 2023년에 'GX 추진법'을 법제화하고, 'GX 경제 이행채권'을 발행하는 등 10년간 150조엔(한화 약 1417조 원) 규모의 민관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일본 정부는 '보조금', '세제 혜택', '전환금융'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자발적 탄소 감축은 물론, 기술 전환을 촉진, 탄소중립을 산업 고도화는 물론, 신성장 동력 창출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기후와 에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와 '규제 중심'이 아닌 '기업 참여'와 '인센티브 중심'의 국가성장 전략으로 새판을 짜야 한다.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과 권한을 분리하는 취지와 맞지 않게 또 다른 '절대 권력' 기관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해소가 먼저다.
최근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올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하며 7단계 추락했다. 그나마 정부 효율성(39위→31위)은 순위가 상승하며 추가 하락을 막는 역할을 했다. 기후에너지부 출범은 이 대통령의 공약인 AI 생태계 구축 100조 원 투입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의 첫발을 내 딛는 것으로, 전담 부처 신설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따로 있다고 해서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결국 개편 후 더욱 효율적인 조직이 출범해야 하는데, 자칫 공무원 일자리만 늘어나고 새로운 '옥상옥'을 낳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최정엽 산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