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돔 한계 드러낸 이란 '섞어 쏘기' 전술하마스식 '저비용 포화공격' 北도 활용 우려육군·공군 방공망 통합 대응력 강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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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가운데, 발사체가 건물을 강타하고 있다. 이란은 13일 밤과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AP/뉴시스
최근 중동전쟁에서 이란의 미사일·드론 합작 공격은 현대 방공망의 한계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체계가 2023년 하마스의 '저비용-다량' 포화공격에 이어 2025년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도 뚫렸다는 사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북한도 하마스식 '비대칭 전술'을 발전시키고 있어 국내 방공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뚫은 이란의 '섞어 쏘기' 전술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핵·군사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트루 프라미스 III'(Operation True Promise III) 작전을 개시했다. 로이터통신과 예루살렘포스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에 걸쳐 탄도미사일 약 150여 발과 드론 100여 기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와 수도 예루살렘 등으로 발사했다.
이란은 작전 초기부터 탄도미사일과 저속·저고도 드론을 혼합한 동시 공격을 가했다. 특히 탄도미사일과 저고도 드론을 섞어 방공망의 레이더를 교란하고 요격 미사일의 소모를 유도하는 '섞어 쏘기' 전술을 사용했다.
이는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겨냥한 최대 규모의 공격으로, 중동 정세에 심대한 파장을 가져왔다. 이스라엘은 단거리 요격체계 '아이언돔', 중거리 요격체계 '다윗의 돌팔매', 장거리 요격체계 '애로우-3'로 구성된 3중 방공 체계를 가동했으나 이란의 대량 포화공격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최소 8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 에피 데프린 준장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나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 ▲ 이스라엘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5월 11일 이스라엘 아슈켈론 인근에서 촬영됐다. 이스라엘군 추산에 따르면, 2011년 아이언돔 배치 이후 현재까지 수천 발의 로켓이 요격됐으며, 이번 전쟁 기간 동안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만 7,000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하마스의 '저비용 다량공격' … 이란의 고비용 포화공격
이란의 이번 공격은 2023년 팔레스타인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마스의 아이언돔 무력화 전술과 일정 부분 유사하지만, 공격 수단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하마스 사례는 저비용의 대규모 포화공격이 첨단 방공망을 어떻게 압도할 수 있는지 명확히 증명한 바 있어 한국군 방공체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다층 방어망 포화라는 차원에서 2023년 10월 하마스의 전술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탄도미사일과 저고도 드론을 혼합 투입해 이스라엘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의 소모를 유도하고 포화 공격을 통한 재장전 공백을 노렸다.
그러나 비용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하마스는 2021년 분쟁 시 4000여 발의 로켓을 분산 발사했으나 2023년에는 약 3000발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하마스가 사용한 로켓과 드론은 단발 비용이 수백 달러에서 수만 달러 이하로 극단적으로 낮아 대량 투입이 가능했다. 이러한 '저비용-다량 포화공격'은 아이언돔의 처리 능력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이란의 공격은 고성능·고비용 무기를 활용한 단기 포화전술로, 하마스식 '저비용-다량' 전술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란은 수십만~백만 달러 수준의 탄도미사일과 단가가 20만~37만 달러에 달하는 샤헤드(Shahed)-136 같은 고성능 드론을 투입해 하마스보다는 상대적으로 고비용의 포화공격을 수행했다.
따라서 하마스식의 극단적 저비용-다량 포화공격과는 차이가 있었다. 또 약 150~200여 발 탄도미사일 및 100여 기 드론을 1~2일에 걸쳐 파도처럼 발사했지만 하마스처럼 단시간 내 수천 발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초저고도 매복 비행 탄도미사일이 레이더 회피를 시도했다.-
- ▲ 2023년 5월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구금돼 86일간 단식투쟁을 벌이던 카데르 아드난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AP/뉴시스
◆아이언돔의 치명적 약점은 '재장전 공백'
아이언돔의 핵심 약점은 '재장전 시간'이다. 각 아이언돔 장비에는 요격 미사일이 20발씩만 탑재돼 있어 20발을 모두 발사한 후에는 새로 미사일을 장착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마스는 이러한 취약점을 철저히 연구해 아이언돔의 재장전 공백을 노린 시간차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 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당시 첫 4시간 동안 하마스가 발사한 3700발의 로켓 중 약 절반이 아이언돔의 요격에 실패했다. 특히 첫 20분 동안 1400발의 로켓이 발사돼 많은 아이언돔 배터리가 고갈됐다고 한다.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이 드러났다. 하마스의 로켓은 수백 달러 수준인 반면, 이스라엘의 단거리 요격용 아이언돔 미사일은 1발당 5만 달러(약 6800만 원), 중거리용 매직완드는 100만 달러(약 13억6000만 원), 장거리용 애로우 미사일은 350만 달러(약 47억6000만 원)에 달한다.
2024년 4월 이란의 대규모 공격 대응 당시 이스라엘은 하루 밤새 연간 국방 예산의 약 7~9%에 해당하는 막대한 방어비용을 소모했다.
특히 하마스는 다양한 신형 무기를 동원해 아이언돔의 레이더 감지 능력을 우회했다. 특히 114㎜ 단거리 이동식 발사 시스템인 '라줌'을 활용해 레이더 포착이 어려운 소형 로켓들을 대량 발사했다.
또한 드론을 동시에 투입해 이스라엘 장벽의 감시카메라와 센서, 원격 기관총을 파괴하는 등 다층적 공격을 전개했다. 이란도 이번 공격에서 초저고도·고속 접근이 가능한 '하지 카셈' 등 마하 12급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투입해 레이더 회피 능력을 과시했다.-
- ▲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개념도. ⓒ국방부 제공
◆수치로 드러난 한국 방공망(KAMD)의 한계
이스라엘 방위산업체 라파엘은 아이언돔의 성공률을 90%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언돔은 2021년 분쟁 당시 인구 밀집 지역으로 향한 1500발 중 1428발을 요격해 95%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하마스 공격에서는 이러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의 패트리엇 PAC-2는 2012년 한미 공동연구 결과 탄도미사일 요격성능이 40% 미만으로 드러났고, 이후 도입된 PAC-3도 요격 성공률이 7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군은 최근 탄도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8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전 상황에서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다.
◆북한 근접 서울·수도권, 방공 대응 시간 촉박
서울·수도권은 밀집된 인구와 인프라로 인해 북한의 저비용 포화공격에 극도로 취약하다. 북한으로부터 서울까지의 거리는 불과 50km 내외로, 초저고도 드론이나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기 위한 시간이 극도로 제한적이다. 특히 초저고도로 접근하는 드론이나 순항미사일은 탐지부터 요격까지 수 분 이내에 모든 과정이 완료돼야 한다.
2022년 북한 무인기 침투 시 수도방위사령부가 2019년 도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 'SSR'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서울의 핵심 방어 시스템조차 소형 무인기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한국 방공망의 최대 사각지대는 '지휘체계'
한국군 방공망의 가장 큰 문제는 육군과 공군이 별도로 운용하는 이원화된 지휘체계다.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의 전신)는 방어용 미사일을 각각 운용하고 있어 통합된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현재의 이원화된 시스템이 실전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는 2017년 8월 29일 북한의 화성-12호 발사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권명국 전 방공포병 사령관은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하고 3시간 23분이 지난 후에야 F-15K에 탑재한 폭탄을 투하했다"며 "실제 상황이라면 북한의 탄도탄이 대한민국 영토 내의 목표 지점을 타격해 우리 국민의 재산이 파괴되고 생명을 앗아간 한참 후에야 다른 은폐 장소로 이동하고 없는 발사 기지를 타격하는 공격 작전을 시행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권 전 사령관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1991년 육군 방공포병사령부의 공군 전군에서 찾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1991년 군은 육군 방공포병사령부와 방공포병학교를 항공기와 방공무기(지대공)의 통합 전투력 발휘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군으로 전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육군에 남겨진 백곰(탄도) 미사일은 현무계열 탄도 및 순항미사일로 발전했고, 부대 구조도 공군으로 전군된 방공포병사령부는 미사일방어사령부로, 육군에 남겨진 현무는 확대 증편돼 미사일전략사령부 등으로 발전하며 미사일 공격과 방어부대로 나뉘어 대북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전 사령관은 또 "각 군이 다원화된 지휘 구조는 사람으로 치면 머리가 여럿인 기형 상태"라며 중앙방공통제소 설치와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 일원화를 국방개혁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또 미군 방공포병 전력은 미 육군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공 및 미사일방어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전구급 사령부인 '제94육군방공미사일방어사령부'(94th AAMDC)가 지휘하며 한국군 공군미사일방어사령관과 별개 체제로 운영된다.
미 공군 국방정보국(DIA) 출신 브루스 베크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완전히 통합된 체계로 운영될 때만 미사일 방어망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상호 조율은 되고 있으나 완전한 공동 운영(integrated operation)이 이뤄져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크톨 교수의 지적대로 한미 양국의 방공망 완전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군 자체 방공체계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방어체계가 고도 10~30km의 하층방어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천궁-II(KM-SAM)는 고도 30~40km, L-SAM은 50~60km에서 요격이 가능하지만, 고도 10km 이하의 초저고도 영역에 대한 방어는 여전히 취약하다. 이를 위해 '한국판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LAMD(Low Altitude Missile Defense)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
2022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에야 한국군은 본격적인 드론 방어체계 구축에 나섰다. 2024년 12월에도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하는 등 여전히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
- ▲ 2017년 6월 21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룸에 열린 북한 무인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전시돼 있는 모습. ⓒ뉴시스
◆북한 비대칭 전력 확대 … 한국 방어비용 압도
북한은 최근 무인기와 초소형 로켓을 통한 저비용 고효과의 비대칭 전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상용 드론을 군용으로 개조하거나 소형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저비용으로 고효과를 낼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 방공시스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격 비용과 방어 비용 간 격차다. 북한과 하마스가 사용하는 로켓은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주요 방공 미사일인 천궁-II는 1발당 약 15억 원, PAC-3 MSE는 1발당 약 370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이 추진 중인 장거리 요격체계 L-SAM은 2025~2030년 예산 기준 1조1900억 원(4개 발사대·미사일 포함 배터리 단위)이며, 배터리당 300만~4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를 미사일 1발당으로 환산하면 약 12만~17만 달러(약 1억6333만 원~2억3135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방어 비용이 공격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인 만큼 한국으로서는 전자전 기반의 안티드론 시스템이나 레이저 무기와 같은 저비용 방어체계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방공망 재구축 시급 … 통합·저비용 전략 필수
하마스의 아이언돔 무력화 사례는 현대 방공시스템의 근본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무리 첨단 기술로 무장한 방어체계라도 저비용·대량 공격이 이뤄지면 물리적·경제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한국도 고비용·고성능 미사일 중심의 방어체계에서 벗어나 저비용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층적이고 통합된 방공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고도화함에 따라 한국군 방공망 재구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란의 사례는 한국의 방공체계가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권 전 사령관은 "모든 방공 자산을 조건반사적으로 동시에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지휘체계 일원화가 필수적"이라며 "대통령 직속 기구 차원에서 방공망 재평가와 저비용 방어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탐지체계와 요격체계를 연동해 통합 방공작전이 가능한 지휘통제체계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