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당대표 출마 … "李 대통령과 한 몸"박찬대도 출마 저울질 … 친명 대결 예고"민주당, 대통령 견제 포기하는 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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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정청래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7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당권 레이스에 막이 올랐다. 박찬대 전 원내대표도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당대표 선거가 '강성 친명(친이재명)' 간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를 떠났지만 여전히 민주당이 '일극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원은 전날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당대표로 이 대통령과 한 몸처럼 행동하겠다"며 "이 대통령의 운명이 곧 정청래의 운명이다.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저는 정치의 방향과 속도가 맞는 동지이자 베스트 프렌드"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맡았던 정 의원이 친명 색채를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2기 지도부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박 전 원내대표도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주변에서 의견이 상당히 있어서 (당대표 출마를) 솔직히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과 박 전 원내대표 둘 다 당 안팎에서 '강성 친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내며 민주당이 밀어붙인 각종 쟁점 법안 통과에 막중한 역할을 했다. 박 전 원내대표도 원내지도부 수장으로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방탄에 당력을 집중해 대선 승리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선출된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도 친명계 간 대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유력 비명(비이재명)계 후보가 거론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것이다. 자연스레 전당대회는 친명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과 박 전 원내대표는 강성 이미지가 짙은 만큼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각을 세우는 쪽으로 나아갈 공산도 크다. 이미 정 의원은 출마 선언 때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고 밝혔다. 그의 출마선언문에는 야당과의 대화나 타협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는 벌써부터 야당과 대립할 조짐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원내대표 후보 시절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정치 복원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종식'을 우선 과제로 내세워 구여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대통령 당선 시 모든 형사 재판을 중지)과 공직선거법 개정안(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 삭제) 등도 국민의힘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성 친명 인사들로 채워질 경우 이재명 당대표 시절에 이어졌던 '이재명 일극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계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이 대통령이 당무에 입김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찍이 이재명 정부를 향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최강 권력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청래 의원의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 발언은 출장소가 아니라 대통령 분신임을 천명한 것"이라며 "지금의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입법부의 대통령 견제 기능 자체를 포기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견제를 제대로 못하면 윤석열의 국민의힘처럼 여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가 될 수 있다"며 "여권이 내란 종식에 성공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겠지만 실패하면 '민간 독재를 꿈꾸다 스스로 괴멸당했다'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 대부분은 일극체제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에 와서 '우리가 이재명 시키는 대로 하는 당인 것 같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줄 알았는데 정반대'라고 했다"며 "이번에도 오광수 전 민정수석에 대해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나. 이런 정당이 무슨 일극체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