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서 핵시설 피해 보고…전력망 공격 여파로 원심분리기 손상 가능이란-이스라엘, 강도 높은 비난 쏟아내며 설전이란 대사 "피해자 다수 여성·어린이 등 민간인…범죄적 공격 규탄"이스라엘 대사 "이란 핵능력 늘릴때 유엔 역할 안해…다른 선택지 없었다"
  • ▲ 유엔 안보리 회의장.ⓒ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있는 지상 시험용 농축 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부 방사능 오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했다.



    그로시 총장은 나탄즈 지상 시설 파괴 사실을 보고하면서 나탄즈 지하 농축 시설이 공격받은 징후는 없지만 전력망 공격 여파로 원심분리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나탄즈 시설 내부에서 방사능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러한 내부 오염은 방사선 보호 조치로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란 중부에 있는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로, 무기급 전환이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온 것으로 의심받아왔다.

    나탄즈 핵시설은 2002년 이란 반정부단체의 폭로로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며 이후 IAEA의 사찰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 1순위로 꼽혔다.

    이와 함께 그로시 사무총장은 현재 이란 당국이 포르도 연료 농축 시설과 이스파한 소재 다른 시설들이 공격받았다고 IAEA에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분쟁 당사국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이란과 이스라엘 대표는 각각 상대국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설전을 벌였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스라엘 정권이 미국 정권의 전폭적인 정보 및 정치적 지원 하에 이란 내 여러 지역과 여러 도시에 일련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며 "이스라엘의 야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강력하고 명백하게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이라바니 대사는 "지금까지 고위 군 관료를 포함해 78명이 순교했고, 320명 이상이 부상당했"며 "이 중 압도적 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히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넘어 국제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유엔 헌장, 유엔 시스템, 글로벌 핵확산 금지 체제, (나탄즈 핵시설을 감시하는) IAEA의 권위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측 대표는 이란이 핵확산 금지 의무를 어겨 핵 능력을 신장시킬 때 유엔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번 공격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홀로 행동에 나선 국가보존 행위였다고 강변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자국의 파멸을 막기 위해 행동했다"며 "이는 이스라엘에만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질서와 국제 시스템의 신뢰성에도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권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이 전쟁은 중동을 넘어 유럽, 아시아, 미주로 뻗어나갔을 것이고, 우리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을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했다"라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