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재명 당선에 이례적 '늑장 축하' 논란 백악관 침묵, 軍政시대처럼 냉랭한 기류나토 불참 권고 파문 … 이재명 외교 시험대 백악관, 침묵 깨고 '중국 개입' 이례적 경고 이재명式 실용외교 … 미중 사이 위험 줄타기
  • ▲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서로 반대 방향을 응시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운데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합성 이미지). ⓒ디지털그래픽팀 제작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폭로로 드러난 '자주파 6인회'(임동원·정세현·문정인·이종석·서훈·박지원 등 좌파 정부 시절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가 노무현 정부 당시의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을 재연하고 있다. 특히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들이 오는 24~25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불참을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표 실용외교'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자주파 부상에 한미동맹 '삐걱'

    이 대통령이 취임식에 주한미국대사(대리)와 주한미군사령관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전통적인 외교 관례를 벗어난 행보로 평가됐다. 이어 취임 일주일 만에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강하게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의 '김여정 하명법'(대북전단 금지·처벌법)을 사실상 계승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낳았다.

    특히 통상적 관례보다 늦어진 한미 정상 간 통화와 백악관이 지금까지 공식적인 당선 축전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두고 한미 간 신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뒤 관련 답변을 준비해온 서류 속에서 찾고 있는 모습. 레빗 대변인은 한 기자가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당연히 있다"라고 답했으나 준비된 자료에서 관련 내용을 찾지 못해 답변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자료를 뒤적이며 "분명히 어딘가에 있는데…"라며 머뭇거렸고 결국 "(한국 대선에 대해) 지금은 자료가 준비돼 있지 않지만 곧 알려주겠다"며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이날 이어진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한국 대선에 대한 공식 논평은 나오지 않았다. ⓒ백악관 유튜브 캡처

    ◆백악관의 이상한 침묵 … 달변가 레빗의 '답변 유예' 헤프닝

    최근 불거진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의 한국 대선 관련 '답변 유예 헤프닝'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레빗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각)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한국 대선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입장을 요청하자 "물론 있다"고 답하며 연단 위의 자료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여기 있었는데…"라며 한동안 자료를 뒤적였지만 찾지 못했고, "지금은 한국 대선에 관한 입장을 찾을 수 없다. 공식 입장은 나중에 알려드리겠다"며 답변을 사실상 유예했다.

    이 순간 레빗 대변인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고 브리핑룸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는 다음 질문으로 급히 넘어갔다. 약 40분간 이어진 당시 브리핑에서 한국 대선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대선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기에 앞서 레빗 대변인은 폴란드 대선 결과(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 당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취재진에게 "대통령이 분명히 폴란드 대선 결과에 흡족해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 대선 전 나브로츠키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트럼프 행정부 인사와 MAGA(미국 우선주의) 진영 인사들도 폴란드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같은 날 백악관 브리핑 후에 열린 미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자들이 한국 대선 관련 입장을 묻자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머뭇거리면서 "(한국에서) 선거가 있었고 우리는 공식 당선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가 나오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당선인 결정 절차가 완료된 후에야 미국 정부 입장을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보통 비공식 개표 결과가 확정되고 야당 후보가 승복한 경우 동맹국 선거에 축하 메시지를 먼저 내온 미국의 관례와는 거리가 있는 반응이다.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의 대선 결과에 즉각적으로 축하나 환영의 메시지 없이 답변을 유보한 것도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한국의 좌파 정권 출범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 1981년 2월 2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대통령기록관 제공

    ◆美, 동맹국엔 '신속한 축하'가 관례

    통상 미국 행정부는 한국처럼 중요 동맹국의 민주적 선거에 대해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축하 성명을 내고 당선인과 협력 의지를 밝히는 것이 관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신속히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한반도 남측에 수립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박사가 선출되자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공식 축전을 보내 신생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축하했다.

    냉전기에는 민주적 절차 여부에 따라 축하 메시지의 온도 차가 있었다. 미국은 군사쿠데타 등으로 정권이 바뀐 동맹국의 경우 축하 메시지 전달을 신중히 하거나 지연시켰고, 때로는 공식 축하 대신 조용한 외교채널 축하로 갈음하는 경우도 있었다.

    1961년 박정희 장군이 군사정변 후 실권을 잡자 존 케네디 행정부는 즉각적인 축하를 자제하고 사실상 정권 인정 수준의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1963년 박정희가 민간 대통령으로 선거 당선되자 린든 존슨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고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 전두환 장군이 집권한 초기 지미 카터 행정부는 축하를 미루고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981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출범 후 전두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 같은 해 전 대통령 방미 시 레이건 대통령은 "한국 국민이 안정과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사실상 축하와 우호를 표했다.

    1987년 12월 한국의 첫 직선제 민주선거에서 노태우 장군이 당선되자 레이건 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1988년 2월 노태우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양국 정상은 통화를 가졌고, 레이건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 진전을 높이 평가하며 한미동맹의 강화를 약속했다. 이 시기부터 미 대통령들은 한국 등 동맹국의 민주적 선거 결과에 신속히 축하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1992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자 임기 말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민주화 이후 첫 문민정부 출범을 축하했다.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도 1993년 취임 직후 김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미공조를 논의했다. 이때는 주로 전화통화와 성명을 동시에 활용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백악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김대중 당선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거 직후 전화를 걸어 축하하며 북한 문제 협력을 논의했고, 백악관 성명에서도 한미동맹이 아시아 안보의 핵심축(linchpin)임을 재확인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로 축하 성명을 발표한 후 곧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박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앞으로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면서 "한미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중인 2017년 5월 10일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당일 직접 전화를 걸어와 축하 인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모범적인 평화적 정권 교체를 축하한다"고 했다. 북한 핵 문제 대응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이처럼 동맹국 선거 결과에 대한 미국 측의 공식 반응은 수 시간 또는 하루 이내에 나오는 것이 통상적 관례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3월 10일 새벽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약 5시간 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집에 가서 쉬려던 참에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가 와서 받았다"고 할 정도로 이른 시점에 통화가 이뤄졌다.

    이처럼 시차를 무시하고 이뤄진 축하 전화는 최근 이재명 정부 측이 한미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 이유를 시차 탓으로 돌린 해명과는 분명히 대비된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독일 총선 직후인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자정 무렵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독일 보수당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국민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무분별한 에너지와 이민 정책에 지쳐 있었다. 오늘은 독일뿐 아니라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신사의 리더십 아래 있는 미국에도 위대한 날이다. 모두에게 축하를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승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일 총선의 공식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신속히 축하 메시지를 올린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SNS를 통한 축하 인사조차 없었다는 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트루스 소셜 캡처

    ◆트럼프, 이재명 당선에 늑장 축하 … 백악관 공식 축전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이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전화나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두 정상 간 첫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 사흘째인 6일 저녁에야 이뤄졌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축하와 함께 한미동맹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고 양국 간 현안(무역협정 등 포함)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 모두 전화를 누가 먼저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통상 정상 간 통화에서 전화를 건 주체를 명시하는 것이 외교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주요 언론에서도 정상 간 통화 시 '누가 먼저 전화했는지'를 외교적 주도권을 가늠하는 중요한 정보로 간주해 이를 명확히 보도하는 관례가 있다.

    또한 백악관은 아직까지 공식 성명을 내지 않은 채 이메일로만 대응했다. 레빗 대변인의 '답변 유예' 소동 이후 백악관은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뒤늦게 이메일로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으나 미국은 세계 각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한 메시지에 제3국인 중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백악관의 이번 대응은 정상적인 축하 메시지라기보다 이재명 정부와 중국의 관계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우회적으로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미국은 스스로의 행태를 돌아보고 중한 관계를 이간질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백악관 답변에 등장한 '제3국 중국'

    레빗 대변인의 이번 답변 유예 소동과 백악관의 이례적인 반응은 향후 한미동맹의 미묘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 들여진다. 특히 이런 반응은 이재명 정부 내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는 '자주파' 핵심 인사들의 영향력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집권 직후 대북전단 및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대북 기조를 재현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과거 '김여정 하명법'이라 비판했던 조치를 되살린 것으로 받아 들여질 소지가 있다.

    특히 한미동맹이 중시하는 북한 인권과 표현의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보다 남북 화해를 우선시하는 자주파 노선이 외교 라인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워싱턴의 신뢰에 미세한 균열을 야기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은 철통같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고, 이러한 원칙론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동맹국에 대해 이전보다 이념적 선호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내 트럼프 핵심 지지층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있었다. 트럼프의 비선 참모인 로라 루머는 이재명 후보 승리가 확실시되자 SNS에 "한국에 명복을 빈다"(RIP South Korea)며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 끔찍한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트럼프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레빗 대변인이 답변지를 뒤적이다가 "없네…"라고 답한 해당 브리핑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한국은 망했다"(fallen)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트럼프의 첫 임기 초대 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은 선거 직전부터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런 부정한 결과는 중국 공산당에만 이롭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고 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로라 루머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 어젠다 측면에서 충성심이 부족한 관료들의 명단을 제출해 대대적인 숙청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인물이 대놓고 한국 새 정부를 '공산주의자' 취급하며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하루 전인 지난 4월 3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트럼프는 윤 대통령을 정말 존경(really admires)한다"면서 "트럼프는 '그들이 탄핵을 그만두면 윤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 2024년 6월 1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6인회' 인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석·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 ⓒ뉴시스

    ◆한미동맹 시험대에 오른 이재명표 '균형외교'

    백악관이 한국 대선 직후 정중한 축하보다 중국 견제를 앞세운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새 지도부를 잠재적으로 불신하거나 최소한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동맹 자체를 부정하거나 약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동맹의 결속을 시험하는 새로운 긴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동맹의 기본 골격은 유지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중(對中) 노선을 예의주시하며 한미가 세부 현안에서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카일라 오르타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외교 기조는 실용적이지만 대중 및 대북 접근 방식의 변화가 우려된다"며 "특히 미·중 간 균형을 시도하는 동안 동맹국과의 공조에 흔들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의 첫 번째 시험대는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가시화됐다.

    특히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면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노선과 충돌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중국대사관저에서 자신보다 의전서열이 한참 낮은 국장급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하는가 하면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 그냥 (중국에)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 있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외교·안보 기조로 제시했는데, 이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연장선이며 동맹국인 미국과 '잠재적 위협국'인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자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기조인 '균형 외교'의 간판만 바꾼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하면 표면적 동맹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 보다 '실용적' 접근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결국 대중국 견제와 한미일 3각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전통적인 틀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