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이라크-쿠웨이트-바레인 등 인력 철수국방부도 중동 주둔 가족 귀국 승인…"예의 주시"이라크 여행금지령에 美 중부사령관, 의회 증언도 연기6차 핵협상 결렬 가능성…이란 "갈등 강요시 미군 타격할 것"
  •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판단, 중동지역 비필수인력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A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위험한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대사관 인력)이 빠져나오고 있다. 우린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동 긴장을 완화할 방안에 대해서는 "매우 단순하다. 그들(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기존 방침을 강조했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최근 미국인 안전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끝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모든 비필수인력에 출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머무는 비필수인력과 그 가족들에 대해서도 출국을 승인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국무부는 이라크에 대한 여행 경보 수준을 '여행금지'를 뜻하는 최고등급인 '4단계'로 격상했다. 국무부는 테러, 납치, 무장충돌, 사회 불안 그리고 미국 정부의 미국인에 대한 긴급 서비스 제공능력 제한 등을 이유로 "어떤 이유로든 이라크로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특히 "안전문제 때문에 바그다드의 미국 정부 인력은 바그다드 국제공항 이용이 금지됐다"도 공지했다.

    국방부 역시 중동에 머무는 군인 가족들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역내 군인 가족들의 자발적인 출국을 승인했다"며 "중동 긴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이 12일 미국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까지 연기하면서 관련 보도에도 힘이 실린다.
    ▲ 1월 이란군의 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조치는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미국인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국무부는 해외에 있는 미국 인력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은 최근 검토 결과로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행정부 관계자도 "국무부는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의 철수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며 "민간수단을 통해 철수할 계획이지만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미군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첫 임기 당시 탈퇴한 2015년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핵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이란과 4월부터 다섯 차례 회담을 진행했으나,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6차 회담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복수의 소식통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P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무력 사용을 위협한 바 있다.

    이란이 이러한 위협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점도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과의 협상이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우리에게 충돌이 가해지면 상대방 사상자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미국은 모든 기지가 우리 사정권에 있는 만큼 중동지역을 떠나야 할 것"이라면서 "우린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주둔국 내 모든 기지를 주저 없이 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