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개혁 일환으로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법안 마련경찰청·중수청·공수처·해양경찰청 모두 관리감독,명실상부 '권력기관' 총리가 사실상 국가 전체 수사권 틀어쥐게 되는 구조중국 국가감찰위원회와 매우 비슷 … 시진핑 독재 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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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이를 '국가수사위원회'가 관리 감독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사실상 경찰청,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해양경찰청의 수사 및 직무에 관해 감독권 및 지휘권, 감찰권을 모두 갖는 '무소불위' 권력 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을 무력화시킨 후 정치권력을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신종 공안통치' 체제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2018년 중국 정부가 공산당원 뿐만 아니라 비공산당원에 대해서도 감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국가감찰위원회'를 창설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장기 집권 토대를 만든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 검찰청 폐지하고 중수청·공소청 신설…국가수사위가 관리·감독
12일 정치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검찰개혁법안' 4개를 무더기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눈 뒤 신설 기관으로 넘기는 내용이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과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을 폐지해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만 하는 독립적 기구인 '공소청' 설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새로 만들어 중대 범죄(내란 및 외환·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마약범죄)의 수사를 맡기도록 했다.
장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무총리 직속으로 신설되는 국가수사위원회가 중수청과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관리 감독 및 업무 조정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해당 법안을 통해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서 부패·경제 범죄로 축소한 데 이어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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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김용민·민형배·강준현·김문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 개혁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중 국가수사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에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1명 위원(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하는데 임명권자는 대통령 4명, 국회 4명, 국가수사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 공소청장, 국무조정실장 추천 각 1명) 3명이다.
국가수사위원회 자체가 친정부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4명에다 여당 몫 2명, 법무부·행안부장관 등 친정부 인사들의 추천하는 3명으로 과반수가 훨씬 넘은 9명을 채울 수 있다.
심지어 국가수사위원회 업무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특히 ▲수사기관 수사사무감사 ▲수사사건의 적법성 및 적정성 점검 ▲수사기관(경찰, 중수청, 공수처, 해양경찰청)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조사 및 처리 ▲수사담당 공무원의 감찰 및 감찰요구 등 모든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수사기관 및 관계기관에 대해 자료제출 요구를 할 수 있고 청문회를 개최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 방문점검을 통해 수사서류, 증거물 등에 대한 모든 조사 권한을 갖는다.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방문조사 및 현장조사 등을 방해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한다.
또한 수사절차와 방법에 관한 법령의 제개정 및 폐지에 관한 사항도 업무범위에 포함돼 있어 형소법, 경찰법 등에 대해 법무부와 행안부를 '패싱'하고 제개정 할 수 있다. 국가수사위원회가 현재 수사의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모든 제도적 장치를 없애 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테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국가수사위원회가 직접 수사중인 사건에 개입해 조사 및 수사관 감찰·징계를 할 있도록 합법화했다. 노골적인 정치권력의 수사개입 및 수사지휘 장치를 만든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수사권을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통해서 좌지우지하겠다는, 노골적으로 수사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며 "현재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을 갖지 못하도록 한 최소한의 장치마저도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국가감찰위원회와 닮은 꼴…시진핑 독재 체제 구축
이는 2018년 중국 정부가 공산당원 뿐만 아니라 비공산당원에 대해서도 감찰할 수 있도록 만든 국가감찰위원회와 닮아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국가감찰체제 개혁을 통해 당과 국가의 스스로에 대한 감독체계를 정비한다"면서 "국가감찰법 제정과 국가감찰위 구축 준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권위 있고 효율적인 감찰체계를 구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국가수사위원회를 만들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후 국가감찰위원회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법원, 검찰, 공안 등 관련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 기관으로 출범했다.
인민검찰원이 중국에서 '파리'로 통칭되는 잡범들을 잡아넣는다면, 국가감찰위원회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모두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이를 통해 크게는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공산당, 작게는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안정적 통치를 위해 걸림돌을 사전 제거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2012년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래 국가감찰위원회를 활용해 전례 없는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집권 1기 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국가감찰위원회를 이끈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시왕동맹' 체제를 구축해 다른 상무위원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 공으로 1948년생인 왕치산은 관례적으로 내려온 인사원칙인 '칠상팔하(67세 아래면 유임, 68세 이상이면 은퇴)'를 깨고 시진핑 집권 2기 때 국가부주석으로 유임됐다.
국가수사위원회의 국무총리 역할과 비슷하다. 이번 법안 역시 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구조로 설계돼 국정 책임자인 총리가 사실상 국가 전체의 수사권을 틀어쥐게 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을 해체해 기소청, 중수청으로 분리하고 국가수사위원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범죄 수사까지 이재명 대통령 입맛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시진핑이 그러했듯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되고 좋은 뜻에서 출범한 기구라도 권력이 집중되면 집권자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꼬집었다.

송학주 기자